ADVERTISEMENT

1조 문턱 못넘은 '유니콘' 쏘카...상장 첫날부터 6% 급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첫 날인 22일 공모가 대비 6.07% 하락한 2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 쏘카]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첫 날인 22일 공모가 대비 6.07% 하락한 2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진 쏘카]

코스피 1호 '유니콘 특례상장' 기업인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상장 첫날 시가 총액 1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말로, 쏘카는 그동안 상장 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쏘카는 상장 첫날인 22일 공모가보다 6.07% 하락한 2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희망 공모가보다 40% 싼 주당 2만8000원으로 몸값을 낮췄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쏘카의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8607억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선 쏘카의 IPO 흥행 실패를 예상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모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쏘카는 국내 렌터카 서비스보다 차량 반납이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지만, 개인 소유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로까지 진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쏘카는 눈높이를 글로벌 차량 플랫폼 기업인 우버·그랩 수준에 두고 희망 공모가를 책정했다.

앞서 쏘카는 공모 희망가 상단(4만5000원) 기준, 시가총액을 1조 6000여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국내 렌터카업체 1위 롯데렌탈보다 2000억원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매출 규모가 2800억원대에 불과한 쏘카가 롯데렌탈(지난해 매출 2조 4000억원)보다 몸값을 더 받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쏘카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보다 (희망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것과 국내 렌터카 업체와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시장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쏘카는 지난 4일부터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56.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348개 수요예측 참여기관 중 83.3%가 희망 공모가 밴드(3만4000~4만5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최종 공모가가 2만8000원으로 공모가 밴드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가라앉은 증시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했다. 쏘카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가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늘면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위축하기 때문이다.

박재욱 쏘카 대표가 서울 성동구 쏘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재욱 쏘카 대표가 서울 성동구 쏘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IPO 시장 침체...공모주 투자, 옥석 가려야"

IPO 시장은 올해 초부터 침체 분위기를 이어왔다.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 기업들도 상장을 철회했고, SSG닷컴·CJ올리브영·야놀자 등은 내년으로 공모를 미뤘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금리 인상으로 시장 자금이 말랐고, 비상장·성장기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자금 경색, 주가 폭락 등으로 IPO 시장의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컬리(마켓컬리)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심 통과 후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6개월의 여유가 있지만, IPO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원하는 공모가에 상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컬리는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는 2조원 안팎이다. 현재 몸값이 낮다 보니 회사 내부에서 최적의 상장 시점을 조율할 전망이다.

다만 IPO 시장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만큼, 예비 상장 기업이 몸값을 낮춰 상장을 시도할 경우 저점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동흠 엔터밸류 회계사는 "동종업계 대비 비싼 가격으로 공모가를 매기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도 공모가액 산정 근거를 민감하게 분석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