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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당신이 움직이는 모든 곳에’ 쏘카는 모빌리티 최강자가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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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공모주 시장. 한여름에도 꽁꽁 얼어붙은 모습인데요. 그래도 관심을 끌던 종목이 있었으니 현대오일뱅크. 세 번째 상장 도전으로, 유가 상승 덕에 이번엔 재미를 좀 볼 거라 했지만! 6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얼마 전 상장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또 다른 대어 중 하나였던 WCP(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역시 상장 일정을 한 달 반 정도 미루기로 결정. 레터를 쓰던 중에 CJ올리브영도 후퇴를 선언했네요.

10~11일 일반 청약을 앞둔 쏘카. 쏘카 홈페이지

10~11일 일반 청약을 앞둔 쏘카. 쏘카 홈페이지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강한 조정을 받는 상황. 아무래도 괜찮은 몸값을 받긴 힘들겠다 판단한 거죠. 그래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곳이 있죠.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입니다. 쏘카도 일정을 살짝 미루긴 했는데요. 상장 일정이 겹쳤던 WCP와의 맞대결도 피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2분기 실적도 반영하려는 목적 같네요.

쏘카는 4~5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0~11일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할 계획인데요.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000∼4만5000원, 모집 총액은 1547억~2048억원.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 정도입니다. 지난해 도입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특례 상장을 이용해 코스피로 직행하는 첫 사례이기도.

공모가 상단 몸값 1조6000억원…10~11일 일반 청약 #카셰어링 국내 1위…모빌리티 플랫폼 확장성이 매력 #할인율 높여 몸값 낮춰…IPO시장 냉각 속 바람 기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도전장을 내민 만큼 상장 시나리오에 꽤 공을 들였는데요. 일단 액면가를 가장 낮은 100원으로 정했습니다. 보통의 경우처럼 500원으로 하면 1주당 가격이 20만원 전후가 되는데, 너무 비싸 보여 흥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구주매출 없이 100%(455만주) 신주 발행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눈에 띕니다. 통상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에게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죠. 소위 ‘먹튀’ 논란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쏘카는 설립 이후 연평균 112%씩 성장 중. 쏘카 홈페이지

쏘카는 설립 이후 연평균 112%씩 성장 중. 쏘카 홈페이지

기존 주주와 합의해 보호예수 기간을 길게 잡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쏘카의 최대주주는 이재웅 창업자가 설립한 투자회사 에스오큐알아이(21.4%). 일단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약 40%)은 1년간의 의무 보유를 약속했습니다. 전략적투자자(SI)인 SK(20.2%)와 롯데렌탈(13.3%)도 6개월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이에 따라 상장 후 유통 물량은 전체의 16.28% 수준인데요. 최근 3년간 코스피 상장사 평균(약 38%)과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

2011년 설립했으니 벌써 11년이나 됐습니다. 등장부터 새로웠죠. 쏘카는 ‘소유 말고 공유’를 기치로 만든 국내 첫 카셰어링 업체입니다. 제주도에서 차량 100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 11개 도시에서 1만9000여대의 쏘카가 달리는 중. 누적 회원수도 800만명에 달하는데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 4명 중 1명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는 뜻. 연평균 112%(매출 증가율)씩 큰 덕분에 이제는 넘사벽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했죠. 카셰어링 시장점유율 1위(79%) 업체가 바로 쏘카입니다.

주력 상품은 단기 카셰어링.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다’는 쏘카의 핵심 아이템이죠. 전국 4000여 개 쏘카존에 가서 최소 30분부터 빌려 탈 수 있는데요. 앱만 있으면 차를 고르고,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반납까지 모든 게 가능하죠. 일반 렌터카와 달리 탄 거리만큼 후불로 비용을 내는 것도 매력입니다.

쏘카의 장점은 쉽고, 편하다는 것. 쏘카 홈페이지

쏘카의 장점은 쉽고, 편하다는 것. 쏘카 홈페이지

장기 카셰어링(쏘카플랜)도 있는데요. 최대 36개월까지 1개월 단위로 빌려 타는 상품. 보통 연 단위로 빌리는 장기 렌터카보다 짧은 계약 기간(1개월)이 강점입니다. 출퇴근용이나 일시적인 차량 공백을 메울 목적으로 많이 쓰죠. 지난해 6월 출시한 구독 서비스 ‘패스포트’도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 구독 회원이 비 구독 회원보다 사용시간이 4.6배 더 많다네요. 써 본 사람이, 계속 쓴다는 락인(Lock-in) 효과를 입증하는 지표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쏘카의 지난해 매출은 2890억원. 아직은 덩치가 작지만, 카셰어링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게 쏘카의 목표죠. 꾸준히 준비를 해왔는데요. 일단 데이터. 월 80만명 정도의 사용자로부터 쌓이는 주행 데이터는 쏘카의 가장 강력한 무기죠. 실제로 쏘카의 1대당 매출 규모는 159만원(월평균)으로 일반 렌터카 업체보다 2배 이상(DS투자증권) 높은데요. 데이터를 활용해 가동률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M&A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국내 최대 전기자전거 플랫폼 일레클과 모두의주차장을 품에 안았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라고 표현합니다. 필요와 취향에 맞는 이동 서비스를 쏘카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건데요. 바로 슈퍼앱(하나의 앱으로 관련된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것) 전략이죠. 전기자전거를 타고 기차역에 가서 내린 뒤엔 쏘카를 빌려 여행하고, 주차하고, 심지어 숙박까지. 모든 걸 연결해보겠다는 겁니다.

쏘카의 장점은 쉽고, 편하다는 것. 쏘카 홈페이지

쏘카의 장점은 쉽고, 편하다는 것. 쏘카 홈페이지

더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키워드까지 연결돼 있으니 성장 스토리가 탄탄한 회사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상장이란 이벤트를 앞둔 지금은 그 미래 가치의 현재 가격이 적당한지도 따져 봐야겠죠. 쏘카는 이번 공모가를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 방식으로 산정했습니다. 비교기업군을 설정한 뒤 EV/Sales를 적용해 ‘우리의 적정한 기업가치는 얼마입니다’ 하는 식이죠. 적자이지만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 주로 사용해서 거품 논란이 있긴 합니다.

쏘카의 경우 우버(Uber), 리프트(Lyft), 그랩(Grab) 등 10개 기업(국내는 1곳)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데 카셰어링과 무관해 보이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3~4곳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비슷한 사업을 하는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 등은 뺐죠. 몸값을 더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이유.

하지만 쏘카의 경우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몸값을 낮추려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상장 주관사가 평가한 쏘카의 기업가치는 2조3557억원. 비용을 제외한 평가 시가총액은 2조3155억원, 주당 6만5352원입니다. 그런데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 48.0%~31.1%의 할인율을 적용한 건데요.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할인율(하단 35%~ 상단 22%)보다 더 많이 깎은 셈이죠. 급격한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성장주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쏘카가 인수한 일레클. 쏘카 홈페이지

쏘카가 인수한 일레클. 쏘카 홈페이지

이는 지난 3월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인수하면서 책정한 가격(4만5172원) 낮은 건데요. 싸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뻥튀기라 할 만한 가격도 아닙니다.

사실 상장 이벤트는 잠깐입니다. 소고기값에 목맬 일이 아니죠. 진짜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면, 상장 후에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는다면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는데요. ‘스트리밍 모빌리티’는 장래 희망일 뿐, 당장은 매출의 99%가 카셰어링에서 나옵니다. 1인 가구는 늘고, 전기차도 많아지고, 정부도 장려(환경 이슈)할 테니 시장은 크겠죠. 실적 역시 계속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카셰어링은 ‘운전면허는 있지만 차는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주 고객. 대략 1000만명 정도일 텐데요. 작다고는 못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시장 규모도 아닙니다. 강력한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생태계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카카오와의 치열한 경쟁까지 고려해야 하죠.

쏘카의 미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쏘카 홈페이지

쏘카의 미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쏘카 홈페이지

결국 나라 밖에서 답을 좀 찾아야 할 텐데 쉬운 미션은 아닐 겁니다. 우버나 그랩 같은 업체의 위상을 생각하면 해외 시장이라고 빈틈이 있을지 의문. 국내를 평정하고,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도 여전히 해외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걸 보면, ‘저희 자신 있어요’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닌 듯하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IPO 강행이 어쩌면 신의 한 수?

※이 기사는 8월 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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