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산행(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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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의 유명한 등산가며 저술가이기도 한 시드니 스마이드는 그의 저서 『산과 인생』에서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는 추억이다. 그런데 산은 추억 속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때라 하더라도 자연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때가 없다. 아름다움은 영원히 추억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의 아름다움 때문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따분하고 변함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산을 찾으면 어떤 위안과 휴식을 얻게 된다. 그뿐 아니라 산은 현대생활의 각박함과 찌든 도시의 오염을 말끔히 씻어주기도 한다.
산을 찾는 사람들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산의 품 속에 안겨 자신의 더럽혀진 영혼을 깨끗이 씻어내어 몸과 마음의 균형과 조화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단순히 체력증진만을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산을 하나의 놀이터로 생각하고 찾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의 많은 산들이 도시의 그것 못지않은 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 산을 놀이터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당국은 11월부터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에서의 취사행위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그 조치가 시행된 후 첫 휴일인 지난 일요일 전국의 산에서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등 호응도가 꽤 높았던 모양이다.
특히 본격적인 단풍철을 맞은 내장산에는 10여 만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산과 계곡에서 밥을 짓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앓아 누워야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원형을 찾기 힘들다. 뒤늦게나마 산의 아픔을 모두가 깨닫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자연은 받은 대로 베푼다고 한다. 우리 모두 산을 사랑하면 분명 거기서 얻는 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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