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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비 이중 보전으로 세금 빼먹은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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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16년과 2020년 여의도에 10층 당사를 매입했다. 건물 가격의 80%를 대출받았는데, 이후 전국 선거를 치르면서 100억원 넘는 대출금을 갚아 '선거테크'란 말이 나온다. 왼쪽은 민주당, 오른쪽은 국민의힘 당사.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16년과 2020년 여의도에 10층 당사를 매입했다. 건물 가격의 80%를 대출받았는데, 이후 전국 선거를 치르면서 100억원 넘는 대출금을 갚아 '선거테크'란 말이 나온다. 왼쪽은 민주당, 오른쪽은 국민의힘 당사. [중앙포토]

선거 전 보조금, 선거 후 또 비용 보전  

세금으로 재테크…이중 보전 폐지해야

국민이 낸 세금을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지원하는 건 돈이 없어도 정치를 할 기회를 주고 대신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는 뜻에서다. 덕분에 주요 선거 후에 반복되곤 했던 선거자금 수사 등의 불행한 과거와 선을 그을 수도 있었다.

중앙일보가 22일 자에 보도한 ‘건물주 민주당·국민의힘’은 두 거대 정당이 좋은 취지로 마련된 제도의 틈을 파고들어 어떻게 ‘부자’가 되고 있는지 드러냈다. 충격적이다. 두 정당은 보통 사람이라면 꿈도 꾸지 못한 건물 가격의 80% 정도를 대출받아 여의도에 각각 10층 빌딩을 샀다. 민주당이 2016년 9월에 193억원, 국민의힘이 2020년 7월에 480억원을 들였다. 지금은 317억원, 515억원 간다니 시세차익이 상당하다. 더 놀라운 건 원리금을 상환하는 속도다. 민주당은 원리금을 5회 상환했을 때 대출금이 143억7500만원이었는데, 65회 후인 최근엔 21억5000만원이 됐다. 5년여 만에 122억원을 갚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채 2년이 안 돼 410억원이었던 대출금이 250억원으로 160억원 줄였다.

정당의 수입이란 게 뻔하다. 당비·후원금이 늘었다곤 해도 한계가 있고 대부분 국가에서 주는 돈이다. 일반적인 운영을 위한 경상보조금과 전국 선거가 있는 해에 나오는 선거보조금, 그리고 선거 후에 선거에 쓴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 등이다. 이 중 선거에 쓰라고 미리 돈을 주고, 선거 때 썼다고 돈을 주는 ‘이중 보전’인 선거보조금-선거비용 보전 구조가 정당에 막대한 돈을 안기고 있다. 지방선거(2018년 기준)는 선거비용 보전액이 50억(국민의힘)~70억원대(민주당),  총선(2020년) 때 양당 모두 40억원대 정도다. 대선엔 ‘0’이 하나 더 붙는다. 올 대선에서 민주당은 224억7000만원을 선거보조금으로 받았는데, 선거비용 보전을 통해 431억7000만원을 또 받았다. 이 때문인지 대선 직후에 마이너스 79억원이던 민주당의 재산이 지방선거(보조금 237억원)를 치른 후엔 441억원이 됐다. 대선 때 선거보조금 194억원, 선거비용 보전 394억원을 받은 국민의힘도 같은 기간 200억원 가까이 재산이 늘었다. 깨끗하게 정치하라고 했더니 국민 세금을 빼먹고 있는 것 아닌가.

두 정당을 포함해 정당의 대응 역시 비도덕적이다. 철저한 침묵으로 쟁점화를 피했다. 2013년 중앙선관위가 선거보조금만큼 선거비용 보전을 해주지 말자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제출했으나 외면했다. 지난해에도 선관위가 경상·선거보조금에서 선거에 지출한 금액이 있다면 그걸 빼고 선거비용 보전을 해주자고 했는데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 공천을 하면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추가했을 뿐이다. 여야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개혁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잘못된 특혜부터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