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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산층 부담 덜고 기업투자 여력 높인 세제 개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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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세 부담 완화시켜

소비·투자 늘어나 세수 증가로 이어져야

국민에게 전방위적으로 세금을 무겁게 매긴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 세제’가 5년 만에 대폭 손질된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을 통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금 감면에 나선다. 우선 중·저소득층의 소득세를 낮추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기재부는 총급여 8800만원(과세표준 기준) 이하는 소득세율 구간별로 과표 구간을 상향하기로 했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은 소득세가 연 36만원 줄어들고, 연봉 7800만원인 직장인은 연 54만원의 부담을 덜게 된다.

법인세도 반(反)기업적 정책 기조를 끊고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문 정부가 세계적 추세와 역행해 22%에서 25%로 올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되돌린다. 이렇게 해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5%)보다 높다. 법인세는 국제 경쟁 조세인 만큼 세율을 낮추면 국내외 기업의 한국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특례세율 10%의 적용 범위를 기존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경기 둔화에 허덕이는 중소·중견기업에는 고용 및 투자 여력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채질해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부었던 다주택 중과세 역시 주택 수와 상관없이 합산 가격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세제 개편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은 과제로 남는다. 바뀐 세법이 적용되면 세수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3조1000억원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여파로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로선 규제 개혁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만 개선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이 증대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세금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고용까지 함께 증가하면 가계 소비도 늘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이 선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

문제는 거대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을 넘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세를 제외한 법인세·종부세 감면을 반대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국회 연설에서 “소수 재벌에 혜택이 집중돼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인세가 국경이 없는 국제 경쟁 조세라는 현실을 외면한 무리한 주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높은 법인세 때문에 매년 6만 개의 일자리를 해외에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대립각을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5년 만에 합리적 방향으로 전환되는 세제 개편까지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