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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정애의 시시각각

2년새 160억 갚았다고? '건물주' 민주당 ·국힘 재테크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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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

'기억하라! 16,147,738’. 푸른색 계열의 플래카드에 적힌 숫자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다. 한쪽 플래카드엔 ‘패거리 정치 악용하면 재집권할 수 없다’는 문구가 보였다.

몇 년 만에 대출금 100억원대 갚아 #선거비 이중으로 받는 '선거테크' #'개정하자' 의견에 양당 모두 외면

 한때 영산빌딩으로 불렸던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풍경이다. 10층 건물인데 2016년 말 추미애 당 대표 시절에 193억원에 매입했다. 대출이 80%였고 10년 상환 조건이었다고 한다. 당시 “월 임차료 및 관리비가 5000만원인데 대출이자를 3% 가정해도 3800만원이어서 당사 매입이 더 저렴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원금은?

 3년여 후 국민의힘도 300m 떨어진 곳에 당사를 샀다. 역시 10층인 남중빌딩으로 1층에 파리크라상과 스타벅스가 있다. 매입가가 480억원으로 알려졌다.

 온 국민의 꿈이 ‘건물주’라는데 두 당도 어느덧 건물주가 됐다. 고금리 시대인데 상환은 어찌 하고 있나 혹여 궁금할 수도 있겠다. 공연한 걱정이다. 얼마 전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두 당의 2017년부터 회계보고 자료를 받았다. 민주당의 회계보고에 따르면 당사를 산 이듬해 6월 대출금이 143억7500만원이었다. 다섯 차례 원리금을 상환했을 때다. 이달 1일 보고는 65차례 상환 후였는데 21억5000만원이었다. 5년여 만에 이자를 빼고도 122억원을 갚은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국민의힘은 더 대단했다. 2020년 8월 은행 차입금이 410억원이었는데, 채 2년이 안 된 이달 1일 보고엔 250억원이었다. 160억원 줄었다.

 정당이 초고수익 사업도 아니고,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거칠게 정리하면 ‘이중 보전’ 덕을 봤다. 1994년 선거공영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선거비용을 국가(즉 세금을 내는 국민)가 제대로 부담하기 시작했다.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데 일상적인 운영을 위한 경상보조금 외에 전국 선거가 있는 해엔 선거보조금도 준다. 선거를 치른 후에도 선거 때 쓴 비용도 보전해 준다. 선거에 쓰라고 미리 주고, 선거 때  썼다고 또 주는 것이다. 상당 부분 겹칠 수밖에 없다. 이중 보전이라고 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이 강력반발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의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이 강력반발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어느 정도 규모인가 싶겠다. 2017년부터 대선과 지방선거(2018년), 총선(2020년), 대선·지방선거(2022년)까지 다섯 번의 전국 선거가 있었다. 올 대선까지 선거비용 보전 금액은 민주당이 1026억9100만원, 국민의힘은 821억4800만원이었다. 사전에 선거 때 쓰라고 받은 선거보조금(올 지방선거 포함)은 각각 852억5300만원, 828억4400만원이었다. 특히 올해엔 선거보조금만 각각 448억7000만원, 394억2300만원이었다.

 여의도에선 그래서 선거만 하면 정당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선거테크’다. 2017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국민 혈세로 이중 지출을 계속해서 해 왔다는 점에서 개정돼야 한다.”
 ▶김대년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2013년 (선관위가)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정당 측에선 재정 압박에 대한 말을 하는데, (2017년 6월) 지금 정당 후원회가 부활했다. 연간 50억원, 선거가 있을 때 100억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이중 지급되는 건 개정해 달라.”

 실제 선관위는 2013년 선거비용 보전 때 선거보조금만큼 빼고 지급하자는 개정 의견을 냈다. 두 당은 외면했다. 김대년·박용진 두 사람의 대화도 그때뿐이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경상·선거보조금으로 선거에 지출한 금액을 빼고 지급하자고 ‘한발 물러선’ 개정 의견을 냈지만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는 오히려 여성·장애인에 이어 청년 공천 때도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이로 인해 올해 3억6700만원(민주당), 2억9300만원(국민의힘)을 더 받아갔다.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도 국가 재정에 대해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가 재정에 빨대를 꽂고 건물주가 된 건 누군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