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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도 탈(脫) 중국? … 샤오미 스마트폰 공장, 베트남 진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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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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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휴대폰 10대 중 1대는 “Made In Vietnam”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생산 비중은 50%를 웃돈다. 베트남은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며 빠르게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베트남의 글로벌 스마트폰 수출 비중은 13%를 차지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HSBC(홍콩상하이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완제품 휴대폰 수출액은 331억 달러(약 41조 원) 이상으로 2020년 대비 14.9% 증가했다. 휴대폰 부품·액세서리 수출액도 244억 달러 이상으로 2020년 대비 9.1%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부품의 생산 가치는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5% 증가한 580조 8천억 동(약 31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자제품 수출도 총 수출액의 32%에 해당하는 1080억 달러(약 135조 7560억 원)로, 역대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베트남이 이 같은 거대 수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삼성과 애플 덕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전경. [사진 etnews]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전경. [사진 etnews]

삼성의 글로벌 휴대폰 생산 능력의 절반은 베트남이다. 삼성의 베트남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최대 생산기지다. HSBC는 “기술 부문 성공의 대부분은 베트남에 대한 한국 1위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수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 덕분”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약 180억 달러를 쏟아부어 베트남이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래로 삼성과 애플을 중심으로 한 휴대폰 제조 업체들은 잇따라 탈(脫) 중국을 외쳤다. 삼성은 2019년 10월 중국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인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까지 폐쇄했다. 후이저우 공장은 삼성그룹의 첫 중국 진출 공장으로, 스마트폰 생산은 2006년부터다. 일전엔 2018년 4월과 12월에 선전·톈진에 있는 휴대폰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애플사 아이폰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정저우(鄭州), 타이위안(太原), 청두(成都), 선전(深圳) 등 공장 네 곳에서 전 세계 아이폰 50% 이상을 생산한다.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조립업체인 대만 페가트론도 상하이와 쿤산 공장에서 아이폰 생산량의 20~30%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애플 역시 중국에 집중된 생산지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지난 5월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협력업체들에 중국 외 지역에서 제품 제조와 생산량 증설을 요청했다.

폭스콘의 베트남 박장성(Bac Giang) 공장. [사진 vietnamtimes]

폭스콘의 베트남 박장성(Bac Giang) 공장. [사진 vietnamtimes]

중국을 떠난 공장들은 대부분 베트남에 세워졌다.  

2008년 삼성은 6억 7천만 달러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을 베트남에 세웠다. 10여 년 후 삼성은 공식적으로 스마트폰 생산 라인의 중국 철수와 함께 베트남 이전을 선언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두 곳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2021년 삼성(베트남)의 매출은 742억 달러로, 같은 기간 베트남 GDP의 약 20%에 해당한다.

애플 역시 주요 파운드리 및 공급업체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 중이다. 2021년엔 무려 23개의 공급업체가 베트남에 30개 이상의 공장을 세웠다.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 대만 폭스콘은 지난해 베트남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추가 건립 등 베트남 사업 확장 의지를 밝혔다. 신설될 베트남 공장에서는 맥북과 아이패드를 생산할 전망이다. 폭스콘의 현 베트남 생산기지는 중국 외 시설로는 가장 큰 규모로 6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에서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한 ‘럭스쉐어(Luxshare)’, 애플의 에어팟 생산 협력사 ‘고어텍(GoerTek)’, 아이패드 신제품 EMS ‘비야디일렉트로닉(BYD Electronic)’ 모두 베트남에서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어텍은 IFC로부터 약 7억 달러의 대출을 받아 박닌과 응에안 공장에 투자했으며 3.5만~4만 명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폭스콘은 향후 1~2년 내 베트남에서 채용을 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도 떠난다  

[사진 샤오미]

[사진 샤오미]

2021, 2022 1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1, 2022 1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샤오미의 베트남 점유율도 꽤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샤오미는 20.6%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이런 샤오미의 휴대폰 조립 라인이 최근 베트남에서 출범했다.

샤오미는 지난해부터 중국 전자제품업체 광훙커지(光弘科技)와 합작해 8천만 달러(약 1천45억 원)를 들여 약 20만㎡의 공장을 설립했다. 주요 제품은 스마트폰이며 데이터전송장비, 회로기판 등도 생산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약 2000만 대로, 해당 공장이 가동되면 매년 약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베트남 공장 가동에 따라 샤오미는 인건비와 물류비를 낮추고 제품 납기를 단축해 효율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일각에서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에 중국 토종 기업이 가세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샤오미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것일 뿐 모든 중국 내 생산 체인을 옮긴 것이 아니다”라며 “베트남 공장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합작사인 광훙커지에 있을 뿐 샤오미에 없다”고 밝혔다.

구글이 향후 출시할 픽셀(Pixel)7. [사진 itigic]

구글이 향후 출시할 픽셀(Pixel)7. [사진 itigic]

구글도 베트남 이전을 검토 중이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전략폰인 픽셀(Pixel)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점진적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재 픽셀6 스마트폰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 중이지만 차세대 스마트폰인 픽셀7 주문을 베트남에 있는 협력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여전한 코로나 19 봉쇄 조치로 인한 생산 차질 위험을 피하기 전략으로 내다봤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픽셀7 스마트폰 생산라인 일부를 우선 베트남으로 이전해 조만간 테스트 및 직원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픽셀7은 내년부터 베트남에서 생산되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세계 공장으로 떠오르는 이유?

이유는 인건비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에 맞서 저렴한 인건비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베트남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베트남 정부도 중국 대비 저렴한 인건비와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무기로 스마트폰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중국자본휴대전화기업협회 사무총장 양슈청(楊述成)은 “올해 들어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라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3천~3천5백 위안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같은 근로자에 비해 30%가량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더욱이 삼성은 1%도 되지 않는 중국 시장 점유율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에 베트남 현지 생산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만 폭스콘 정저우 스마트폰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대만 폭스콘 정저우 스마트폰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중국발 공급망 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잦은 지역 봉쇄 및 공장 폐쇄, 미·중 무역분쟁, 계속되는 중국발 원자재 대란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애플의 베트남 이전 이유 중 하나도 상하이발 공급망 불안 위험을 줄이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썬라이즈데이터(Sunrise data·旭日大數據)의 쑨옌뱌오(孫燕飚) 회장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데, 사실 미국 시장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삼성이든 샤오미든 미·중 무역 마찰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베트남을 통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1012만 대로 동기대비 19.7% 감소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입지다. 베트남 토지는 전체적으로 좁고 길다. 특히 북부 박닌성(Bac Nhin), 박장성(Bac Giang), 빈푹성(Vin Phuc) 지역은 중국의 광시성, 윈난성과 가까워 수출입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애플의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폭스콘과 삼성의 산업 체인이 북쪽 지역에 집중된 이유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제조 파트너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기업들은 사업 자체가 압박받는 상황에 노출됐다”며 “이번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3년 이내에 중국 이외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이 완전한 ‘Made In China’를 대체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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