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이하 '권 대행')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찬 회동을 하며 그간 두 사람에게 제기된 불화설 진화에 나섰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이날 정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1시간20여분 간 오찬을 함께 했다. 배석자 없이 독대했고, 술을 곁들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식사 직후 웃는 표정으로 나란히 걸어 나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권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힘을 합해서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 데 앞장선 만큼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 당도 살고, 정치인으로서 장 의원과 저도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앞으로 윤 정부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도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뒷받침을 잘 하자고 얘기했다”고 호응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 후 이 대표의 공백을 두고 불거진 당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권 대행은 “당 지도체제에 관련해선 이미 결론이 다 난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얘기를 나눈 건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난 1년 간 대선 과정에서 있던 이야기들, 또 우리가 15년 간 정치 하면서 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말했다.
앞서 당내에선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인 두 사람이 지방선거 이후 거리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장 의원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친윤계 의원들의 공부모임 ‘민들레’ 발족에 대해 권 대행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두 사람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뒤 당 지도체제를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도 두 사람간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권 대행이 일찌감치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사고’로 규정하고 징계 기간 동안 자신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못 박은 반면, 장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장 의원이 10일 윤 대통령과 권 대행, 이철규ㆍ윤한홍 의원 등과의 만찬에 불참하면서 갈등설이 증폭됐다. 장 의원은 11일 당 진로 문제를 논의한 의원총회에도 불참했다.
두 사람은 이날 모두 불화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장 의원은 “불화, 갈등이 없다고 어제 얘기했지 않느냐”고 말했고, 권 대행은 “불화설과 관련해 얘기 나눈 적이 없다. 평상시와 같이 대화하고 농담하고 옛날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에 또 언제 만날 거냐’는 질문에는 “내가 약속이 워낙 많다. 점심, 저녁 거의 약속이 있다”(권 대행). “저도 바쁘다”(장 의원)며 두 사람 다 확답을 하지 않았다.
“정치적 동지이자 변함없는 형ㆍ동생 사이”(15일 권 대행)라고 강조했지만, 당내에선 두 사람 간 미묘한 긴장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이견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권 대행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궐위가 아닌 이상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후임 당 대표를 뽑을 수가 없다. 또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지 않는 한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는데 지금은 표출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당원들과의 소통 행보에 나선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두 사람의 입장이 다시 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윤계로 꼽히는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다들 이 대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경찰조사 등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며 “이 대표의 거취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이 소통하며 전략적 제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