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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덕분에 만유인력 발견? 더 중요한 건 하늘의 달[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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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마커스 초운 지음
김소정 옮김
현암사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사과 한 알에서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사과 에피소드가 사실인지 아닌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도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웬만큼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요한 건 사과 이야기의 진위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떨어지는 사과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연결지어 생각했다는 점이 뉴턴의 위대한 점이라고 했다.

뉴턴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어쨌든 그는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힘과 달이 지구 위를 도는 힘이 결국 같은 힘이라고 보고 이를 하나의 보편 법칙으로 정리했다. 우주의 모든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에는 일정한 힘이 작용한다는 만유인력, 보편 중력이다.

 책은 뉴턴 예찬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은 서론에 불과했다. 뉴턴의 만능키 중력은 아인슈타인에 오면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인간의 인지 능력 한계가 빚어내는 환상이라고까지 치부된다. 알쏭달쏭한 얘기인데, 가속도 운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책은 이렇게 불친절하거나 듬성듬성하지 않다.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있지만 지구와 같은 중력(중력가속도 1g로 운행)을 느끼도록 설정된 우주선 안에서 망치와 깃털을 떨어뜨려 바닥에 닿는 사고 실험을 소개한다. 이런 설명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우리가 존재하는 실재(reality)는 뒤틀린 시공간, 중력은 뒤틀린 시공간이라는 명제다.

 어설픈 과학책 독자에게 '뒤틀린 시공간'이라는 표현은 어렴풋이 아인슈타인 혹은 그 이후의 우주론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려 하다가 우주론(cosmology)이라는 학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류도 남겼다. 빅뱅 이론, 블랙홀의 존재를 우주론 안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런 과정 내내 중력이 과학자들의 변함 없는 관심사였다는 점이다. 책의 원제가 '중력의 상승(The Ascent of Gravity)'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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