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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민주당 도지사되자 자진 사퇴하는 제주연구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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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구원장 “질서있는 퇴진 해보고 싶다”

지난 11일 제주연구원에서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1일 제주연구원에서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최충일 기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죠. 나름 질서있는 퇴진을 해보고 싶은겁니다.”
제주지사가 바뀌자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주연구원장 임기는 내년 8월 말까지 만 3년이지만, 새 도지사 취임에 발 맞춰 새 원장이 일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사퇴의 뜻을 담은 문서를 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런 태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정권 교체와 지방 권력 교체에도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한 상당수 공공 기관장과 대조적이다. 김 원장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 때인 2020년 9월 1일 취임했다.

다만 김 원장은 “후임 원장을 공모, 도의회 청문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려면 대략 두달 가량 걸리는 만큼 올해 오는 8월말까지는 제주연구원장 직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후임 원장 확정까지 두달정도 직분 유지”  

지난 4일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이 자신의 SNS에 자진사퇴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상협 페이스북 발췌

지난 4일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이 자신의 SNS에 자진사퇴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상협 페이스북 발췌

김 원장은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1일 새 지사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사퇴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연구원장에게 순조롭게 바톤 터치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늦췄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본적은 경북 경산이고 서울서 오래 지냈으나, 마음의 고향은 제주”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 당시 미래비전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내며 제주 스마트그리드를 구상했고 제주연구원장으로 일하면서 제주에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 정보를 공유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새 오영훈 도정, 청정 환경 지속 정책 기대”

김 원장은 제주 도정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탄소중립’이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도정이 바뀌어도 ‘탄소중립’ 가치 실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김 원장은 “민선 8기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지사도 1차산업과 관광산업뿐 아니라, 수소경제와 에너지산업 등 새로운 미래 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며 “제주 청정 환경 지속가능성 확보 정책 시행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탄소중립’ 기조가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에 합류해 상임기획위원으로 일했다. 그는 제주연구원장 직을 내려놓은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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