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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빅스텝', 금리 1.75→2.25%…3연속 인상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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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다. 사상 첫 3연속 인상 결정이기도 하다. 이날 결정은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국내 물가와 미국과의 금리 역전 우려 속 이뤄졌다. 이날 결정으로 7년 만에 기준금리는 2%대 고지를 밟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한번에 0.5%포인트를 올린 것도, 3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도 모두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24년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선 건 들썩이다 못해 치솟는 물가 오름세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 올랐다. 이는 5월(5.4%) 상승폭보다 0.6%포인트 확대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모두 오른다. 농축수산물가격도 오름 폭을 키우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7%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꺾이지 않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한은의 ‘인플레 파이터’ 본능을 더 자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경제 주체에 고착화하는 건 가장 큰 위험이다. 이런 기대 심리를 낮추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한은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기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빅스텝에도 Fed 자이언트스텝 밟으면 금리역전 

빅스텝으로 한은의 등을 떠민건 긴축의 가속 페달을 세게 밟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다. Fed는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1.5~1.75%다.

문제는 Fed가 오는 7월 FOMC에서도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로 훌쩍 올라간다. 한은의 이번 빅스텝에도 상단 기준으로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의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겨 수입 물가 등이 더 오를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이달 들어 원화가치는 1310원을 연일 밑돌며 연저점을 계속 경신 중이다.

7년 만에 기준금리 2%시대 열려  

한은의 빅스텝 인상으로 2015년 이후 약 7년 만에 2%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낮춘 이후 기준금리는 계속 2% 아래에 머물러왔다. 1%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을 맞은 것이다.

물가와의 전쟁 속 금리를 끌어올리는 한은의 아픈 손가락은 가계부채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더 오를 수밖에 없어 가계와 기업 등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무리하게 대출을 늘렸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의 신용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이다. 이 중 변동금리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각각 약 16만1000원, 32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었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주가가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주요국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등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였으며 설비투자는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금년중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여타 품목도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6%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시장금리가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 기대로 상당폭 상승하였으며, 주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큰 폭 하락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미 달러화 강세에 영향받아 큰 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하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내었다.

□이같은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50b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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