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이 남자...재선 꿈 트럼프 앞 호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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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현 대통령. 이 사진을 2024년에도 다시 보게 될까.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현 대통령. 이 사진을 2024년에도 다시 보게 될까. AFP=연합뉴스

2024년은 도널드 트럼프 귀환의 해가 될 것인가. 2022년 여름 미국 정계를 지배하고 있는 질문이다. 공화당의 트럼피스트, 즉 트럼프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우려의 기류가 짙다. 그래서일까, 트럼프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웠던 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게재한 칼럼은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 소속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을 2024년 대선 후보로 추천한다는 내용이다. WP의 보도 기조 상 꽤나 이례적이다. WP는 게다가 영킨이 주지사로 나서던 당시, “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 매체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하는 경우가 상당 수다. WP의 이 칼럼은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을 막기 위한 적진 교란 작전으로도 읽히는 까닭이다.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백악관. [중앙포토]

백악관. [중앙포토]

그러나 트럼프가 실제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뽑힐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직 백악관에의 본심을 드러내기엔 이른 시점일 수 있으나 다크호스들이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여당의 특성상, 재선도 아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도 치르지 않은 이 시점에 다른 다크호스들을 거명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공화당은 다르다. 가장 주목할만한 인물은 일단 현 시점에선 두 명 정도로 압축된다. WP가 띄운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와, 트럼프와 애증의 관계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흥미로운 건 이 두 인물의 간극이다. 영킨은 트럼프와 거리두기를 해서 두각을 드러낸 반면, 드샌티스는 트럼프의 적자(適子)로 시작해 트럼프의 가장 큰 적수(敵手)로 성장했다. 같은 당 다른 성향인 셈.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 지난달 21일 연설 중 찍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 지난달 21일 연설 중 찍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1966년생인 영킨은 기업인 출신으로, 버지니아 주지사가 첫 선출직이다. 팬데믹이 그에겐 득이 됐다. 거리두기로 인해 주지사 예비 후보 레이스를 공화당이 버지니아 주에선 대면이 아닌 원격으로 치렀기 때문이다. 당초 트럼피스트의 선봉격인 후보가 있었으나 그를 제치고 영킨이 후보로 선출됐는데, 영킨의 주무기는 중도층 공략이었다고 한다. WP와 같은 매체가 영킨에 호감을 느끼는 배경이기도 하다.

WP는 3일 “영킨이 ‘버지니아 주민들’이라는 말보다 ‘미국인들’이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며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대선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정치 전반에 좋은 소식”이라고 풀이했다. 왜 좋은 소식이라는 걸까. WP는 “건강한 정치 토양을 위해선 양당제가 굳건해야 하기 떄문”이라고 적었다. 영킨이 트럼프 색채로 물든 공화당을 보다 진정한 보수로 바꿔낼 수 있으리라는 게 WP의 시각이다.

리틀 트럼프에서 트럼프의 적수로 큰 론 드샌티스. 로이터=연합뉴스

리틀 트럼프에서 트럼프의 적수로 큰 론 드샌티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드샌티스는 WP뿐 아니라 뉴욕타임스(NYT) 등 진보 진영에서 드러내놓고 비판하는 정치인이다. 한때 인지도가 바닥이었던 그는 트럼프의 지명을 받고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나가면서 대중적 인기를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던 까닭이다. 드샌티스가 주지사인 플로리다는 팬데믹 와중에서 확진자 숫자를 사실과 달리 낮게 발표하거나, 백신을 믿을 수 없다면서 도입하지 않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그는 일명 ‘게이라는 말도 꺼내지 마(Don’t say ‘gay’)”라고 불리는 주(州)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전체에서 찬반의 논란을 불렀다. 이 법안의 핵심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성소수자, 즉 LGBTQ 관련 설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권익도 보호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성소수자 다양성 기조에 반대해온 이들의 대환영을 받으며 드샌티스는 이제 트럼프를 위협하는 거물로 뿌리내리고 있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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