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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인도로 간 러시아 원유, 정제돼 유럽으로 수출 중"

중앙일보

입력

인도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터스트리의 잠나가르 정유소. [AP=연합뉴스]

인도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터스트리의 잠나가르 정유소. [AP=연합뉴스]

인도가 싼값에 사들인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소재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인도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잠나가르 정유소는 지난달 전체 원유의 27%를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 러시아 원유 수입 비중은 5% 수준이었다. CREA는 이 잠나가르 정유소에서 수출된 화물의 20%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인도의 러시아산 정제 원유 중 일부는 유럽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량을 대폭 늘린 인도가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의 잠재적인 뒷문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3대 국영 에너지 기업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유럽으로 수출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원유를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도는 하루 80만~9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10만 배럴에 그쳤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인도의 하루 수입량이 조만간 100만 배럴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도 전체 원유 수입량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인도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도 CREA를 인용해 "지난달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18% 줄였는데, 이 감소분을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 정유사가 흡수했다"며 "러시아 원유 수출량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22일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인도와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확연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도를 경유해 유럽으로 들어가는 러시아산 원유를 추적해 일일이 제재하기 어렵다고 외신은 전했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원유 출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대금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가 통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위안화 거래량은 10배 이상 늘었다. 러시아 국적 선박에서 외국 국적 선박으로 옮겨 수출하는 '선박 바꿔치기' 수법도 횡행한다. 아예 통화 거래 대신 금이나 식품·무기 등과 원유를 물물교환하는 거래도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원유 수출로 200억 달러(약 25조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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