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길상렬 씨름판에 새바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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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20회 천하장사 겸 제52회 전국 장사 씨름대회에 가등록 선수로 데뷔한 2명의 신인선수가 초대형 예비스타임을 입증, 씨름판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은 고교생 박태일(부평고 3년·1백82㎝·1백30㎏)과 울산대 4년생 김상렬(24·1백93㎝·95㎏).
전국체전 후 아마의 민속씨름단 가등록이 허용됨에 따라 일양약품 선수로 등장한 박은 천하장사 대회에 출전, 41대 백두장사인 임용제(24·조흥금고) 17대 천하장사 김칠규(24·현대·이민우(26·삼익가구) 등 거물급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데뷔 무대에서 천하장사 4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양 씨름단의 이준희 코치마저『그렇게 잘할줄은 몰랐다. 팀에 들어 온지 한달도 채 못돼 기량이 제대로 파악도 안된 상태였다』고 말할 만큼 예상치 못했던 숨은 진주.
박은 부천 남 국민학교 출신으로 부평 중1년 때까지 핸드볼선수로 활약했으나 큰 체격을 보고 씨름을 해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샅바를 잡게 됐다.
유일한 성적은 지난 7월의 시·도 대항전 고등부 장사급 우승.
민속무대에 데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하대 진학설이 유력했으나 김학룡 감독에 의해 계약금 6천2백만원·연봉1천8백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진로를 바꿨는데 몸값을 톡톡히 해낸 셈.
허리가 굵고 유연해 상대 기술이 먹히지 않는 장점을 갖고있는 반면 다듬어진 곳이 별로 없다는 점이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부천에서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박영규씨(46)의 1남2녀중 막내이자 외아들.
한편 박태일과는 대조적으로 이만기를 키워낸 황경수 감독이 스카우트 요청을 묵살, 조흥금고에 가 등록한 김상렬 또한 데뷔 무대에서 한라급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괴력을 과시해 주목.
김은 천하장사 대회에서는 16강 전에서 남동하(21·현대)에 무릎을 꿇었으나 한라급에서는 예선전에서 37, 40대 장사인 강순태(25·럭키금성)를 꺾고 본선에 진출, 파란을 일으키더니 4강전에서는 49대 장사 강광훈(23·삼익가구)을, 준결승에서는 39, 46대장사인 이효기(27·삼익가구)를 각각 2-1로 뉘고 결승까지 진출하는 괴력을 보였다.『1천만원짜리(김상렬)가 9천만원짜리(강광훈)를 잡았으니 계약금을 올려줘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
씨름계에서는 드물게 호남(전남 승주군 주암면)출신으로 구봉중→여수공고를 거쳤는데 고교시절까지 태권도 도 대표를 지냈었다.
이때도 전남체고 진학을 원했으나 여의치 않아 여수 공고에 진학하면서 씨름선수가 됐다고.
울산대 1년 때 회장기 대회 장사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인 김은 장신임에도 불구, 빠른 발놀림으로 중심 이동이 좋고 손·발기술이 「눈이 번쩍 뜨일 정도」(정영찬 상벌위원장)로 좋아 약간의 기본기술과 몸만 가다듬으면 한라급에서는 적수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현대 선수라면 이를 악무는 투혼까지(?) 갖췄다.
김태수씨(56)의 3남1녀중 셋째.<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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