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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커’ 이상호, 10회 대역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연장 10회 초 무사 1루. 키움 3루수 송성문의 2루 송구가 너무 높아 유격수 김휘집(위)이 점프하는 사이, LG 1루 주자 이상호(아래)가 2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뉴시스]

연장 10회 초 무사 1루. 키움 3루수 송성문의 2루 송구가 너무 높아 유격수 김휘집(위)이 점프하는 사이, LG 1루 주자 이상호(아래)가 2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상호(33)가 투혼의 ‘발 야구’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 초에 벌어진 일이다.

선두 타자로 나선 이상호는 키움 불펜 투수 김태훈의 낮게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빗맞은 땅볼 타구였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공은 천천히 굴러가더니 내야 파울라인 안쪽에 멈췄다. 행운의 내야 안타. 이상호는 쑥스럽게 웃으며 1루를 밟았다. 여기까지는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호는 그 후에도 두 차례의 아웃 위기를 넘기고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승리의 여신과 이상호의 빠른 발이 합작한 행운이었다.

무사 1루에서 LG 유강남이 댄 희생 번트 타구를 키움 3루수 송성문이 재빠르게 잡았다. 병살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때 송성문의 2루 송구가 너무 높이 떴다. 키움 유격수 김휘집이 공을 잡기 위해 높이 점프하는 사이 이상호는 2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야수선택으로 인한 첫 번째 구사일생이었다.

계속된 무사 1·2루에서는 LG 후속 타자 김민성이 크게 바운드되는 땅볼을 쳤다. 키움 1루수 전병우가 득달같이 달려와 낚아챈 뒤 재빨리 3루로 던졌다. 이번만큼은 선행 주자를 꼭 잡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이상호는 이번에도 번개처럼 3루로 슬라이딩해 공보다 먼저 베이스를 찍었다. 또 다시 세이프. 키움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상호를 아웃시키려던 두 번의 야수선택이 LG에 무사 만루 기회를 안겨줬다.

이상호는 결국 1사 후 박해민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키움 배터리와 내야진의 혼을 쏙 빼놓은 마법 같은 점수였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선 김현수의 쐐기 적시타와 채은성의 희생 플라이가 이어졌다. LG는 결국 4-2로 이겨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는 두 팀에게 이날의 승리는 무척 절실했다. LG가 패했다면, 키움과의 격차가 3경기로 더 벌어져 2위 싸움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였다. 반대로 키움 입장에선 LG를 한 발 더 밀어내고 2위 굳히기 모드로 진입할 기회였다. 양 팀 선발 투수로 나선 LG 애덤 플럿코와 키움 에릭 요키시는 7회까지 빅 매치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프로야구 전적(19일)

프로야구 전적(19일)

결과도 비슷했다. 플럿코는 4회 말 키움 이정후에게 선제 솔로홈런(시즌 11호)을 맞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7이닝 동안 안타 4개만 내주고 사사구 없이 삼진 9개를 잡아냈다. 요키시 역시 7회까지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티다 7회 초 LG 채은성에게 통한의 동점 솔로홈런(시즌 4호)을 허용한 게 아쉬움이다.

플럿코와 요키시가 승패 없이 물러난 뒤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결국 LG는 10회 이상호의 투혼 덕분에 승리했다. 2위 키움과 3위 LG의 격차는 다시 1경기로 좁혀졌다. 류지현 LG 감독은 “플럿코가 최고의 게임을 해줬다.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준 이상호는 우리 팀 1등 조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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