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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어린이와 스타데이트]골수이식 해줄분 어디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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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에 진학한 올 해 아이는 유난히 피곤하다며 잠자는 시간이 길어졌고 투정도 잘 부렸다. 어머니 박영원씨는 “고등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그런가”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어지럽다’고도 했고 학교 선생님들이 빈혈이 아닌지 걱정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잔병치레가 많았던 언니와 달리 지금껏 웬만해서는 감기도 안걸렸던 튼튼한 아이였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상태가 크게 좋아지지 않아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도중 쓰러졌다. 정밀 진단 결과.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그 질병.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2006년 7월 31일 친구들이 여름 방학 학습계획과 휴가 계획을 짜느라 바빴던 그 즈음. 김다름양은 병실의 흰색 천장만 바라봐야 했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혈액의 불균형으로 빈혈증세가 심했다.

일종의 합병증으로 심장에 물이 차올랐다. 고비 고비를 넘겨가며 한 달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9월 10일 다시 입원해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세포를 죽이는 일이다.

독한 암세포를 죽이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이광균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주치의는 “항암제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항암제는 머리카락을 빠지게 한다. 식욕이 없어진다.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메슥거린다. 심하면 구토와 설사를 한다. 몸이 아프면 신경질도 늘어나고. 신경질은 다시 몸을 망친다. 악순환이다.

가족의 생활도 바뀌었다. 한 달에 수백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병원비. 빠듯하게 생활을 이어오던 아버지는 한 숨이 늘었다. 늘 집안을 지키던 어머니는 막내딸 곁에서 24시간을 지킨다.

“나쁜 균은 다 죽었다.” 이광균 주치의가 다름양을 위로했다. 그러나 아직 해피엔딩이 아니란 걸 다름양은 잘 알고 있다. 강력한 항암치료로 ‘지금은’ 암세포가 없어졌지만 ‘언젠가’ 다시 혈액 속에 괴물이 다시 자라날 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다름양은 입퇴원을 반복하며 지속적인 항암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일이다. 언제 터널을 빠져나갈 지 알 수 없다. 도무지 이 터널에 끝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광균 주치의는 “있다”고 말했다. 골수이식이다.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는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으면 된다. 언니의 골수로 검사를 했다. 조직이 어느정도 일치해야 가능하다. 희망이 꺾였다. 6개의 검사 항목 중 단 한가지만 언니와 일치했다. 부적합이다. 가족 중 골수를 이식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기분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다시 말하겠다. 이것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당신은 골수 이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혹은 당신의 자녀나 부모가 누군가로부터 골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광균 주치의는 “골수 이식은 간단히 말해 뼈에 있는 피를 헌혈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공여자로서는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전신마취를 하고 뼈에 주사를 넣어서 골수를 빼내면 이튿날부터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통은 골수를 이식받은 사람이 감당해내야 할 몫이다. 조직이 맞아서 골수를 이식 받았다하더라도 새로운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뒤따른다. 항암치료를 한 것 만큼의. 오히려 그 이상의 어려움이 뒤따르는 과정이다.

다름이는 “건강해지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다름이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골수 이식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광균 주치의는 “(백혈병은) 난치병의 대명사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항암제의 발달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골수 이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
사진=이영목 기자


골수 이식 희망자 및 대기자 현황

④급성 골수성 백혈병 16세 소녀 김다름 #가족 모두 조직 불일치…재발 막기 위해 공여자 필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www.konos.go.kr)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골수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은 모두 1만 2299명이다. 등록된 총 인원은 9만 4000여명이다. 반면 골수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3742명이다.

산술적으로는 기증 희망자가 많은 것 같지만 골수는 혈액과 달리 유전자형이 동일해야 이식할 수 있다. 형제가 아닌 사람끼리 유전자 형이 맞을 확률은 약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올해 골수 이식이 승인된 것은 불과 249건에 불과하다. 대기자의 1/10도 안되는 소수만이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홍보팀 조용구씨는 “골수 기증 희망자가 약 20만명 정도가 돼야 수술 대기자의 80%를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이해령 사회복지사는 “막상 골수 이식을 약속하신 분도 대상자가 나타나면 여러가지 이유로 사양하는 분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간 스포츠·중앙일보·㈜진로가 희귀 난치병 청소년을 돕는 ‘스마일 어게인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는 연예·스포츠 스타가 난치병 청소년 가족과 일대일 자매 결연을 맺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랑의 나눔 행사입니다. 세 기관은 손을 잡고 연말까지 기금을 모아 사회복지법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선정된 청소년들은 스타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며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최대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 받게 됩니다. 일간 스포츠는 난치병 청소년과 스타의 만남 사연을 연말까지 매월 한 차례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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