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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먼 의원은 와일드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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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 결과 상원까지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두 명 덕분이다. 코네티컷주 출신 조셉 리버먼(64.4선.사진)과 버몬트주의 버나드 샌더스(65.초선)가 무소속임에도 민주당을 지지해 상원(전체 100석)에서 51(민주) 대 49(공화)라는 구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엔 걱정거리가 있다. 리버먼 때문이다.

그는 통제하기 어려운 상대다. 리버먼은 8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떨어졌다. 그럼에도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상원 선거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실패했다. 당시 그는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와 함께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맞붙었다.

그런 그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을 줄곧 지지해 왔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백악관은 선거기간 내내 그를 지원했다. 공화당 후보가 있는데도 지원을 거부했다. 그게 리버먼의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선거 뒤 리버먼은 일단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 대가로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직도 배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민주당과의 공조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라도 공화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NBC-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무소속 민주당원(Independent Democrat)'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그가 만일 이라크전과 관련해 공화당 편에 설 경우 상원에선 50 대 50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때엔 상원의장인 공화당 딕 체니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라크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민주당으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샌더스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반전주의자이므로 민주당을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리버먼은 다르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버먼을 상원의 '와일드 카드(예측하기 어려운 자유 패)'라고 불렀다.

리버먼은 선거 직후 "유권자들이 이라크 전쟁의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유권자들이 당장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걸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견해는 앞으로 4~6개월 안에 이라크 철군 일정을 제시하라며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민주당 주류의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리버먼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상원 원내대표로 유력한 해리 리드는 소속 의원들에게 리버먼을 비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공화당 역시 리버먼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있다.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선 리버먼이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짝을 이뤄 앞으로 양당 간 이견을 조정할 핵심 중재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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