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통제하기 어려운 상대다. 리버먼은 8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떨어졌다. 그럼에도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상원 선거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실패했다. 당시 그는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와 함께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맞붙었다.
그런 그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을 줄곧 지지해 왔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백악관은 선거기간 내내 그를 지원했다. 공화당 후보가 있는데도 지원을 거부했다. 그게 리버먼의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선거 뒤 리버먼은 일단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 대가로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직도 배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민주당과의 공조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라도 공화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NBC-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무소속 민주당원(Independent Democrat)'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그가 만일 이라크전과 관련해 공화당 편에 설 경우 상원에선 50 대 50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때엔 상원의장인 공화당 딕 체니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라크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민주당으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샌더스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반전주의자이므로 민주당을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리버먼은 다르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버먼을 상원의 '와일드 카드(예측하기 어려운 자유 패)'라고 불렀다.
리버먼은 선거 직후 "유권자들이 이라크 전쟁의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유권자들이 당장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걸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견해는 앞으로 4~6개월 안에 이라크 철군 일정을 제시하라며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민주당 주류의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리버먼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상원 원내대표로 유력한 해리 리드는 소속 의원들에게 리버먼을 비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공화당 역시 리버먼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있다.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선 리버먼이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짝을 이뤄 앞으로 양당 간 이견을 조정할 핵심 중재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