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안, 난이도 조정 요구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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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2년생들은 스스로 '저주받은 89년생(2008년 대입 해당)'이라 말한다."(한나라당 이재창 의원)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교육정책의 혼란상을 비판했다. 의원들은 수시로 바뀌는 정책 탓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실감나게 전했다. 특히 '내신에 상대 평가를 도입하고 입시 반영률을 높이며 대학별 논술 문제를 통합 교과형으로 출제한다'로 요약되는 2008년 대입제도에 비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 의원="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그간 너무 자주 바뀌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 수요자의 입장을 고려한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정부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한다고 수능 비중을 낮추더니, 학교 측의 불평을 해소한다며 내신 비중을 높이고, 대학 측의 요구에 어려운 논술 고사를 탄생시켰다. 2008년 입시제도를 교육 현장에선 '죽음의 트라이앵글, 최악의 입시제도'라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온 나라가 논술 광풍에 휩싸여 있다. 2008년 대입제도 발표부터 예견된 사태다. 천차만별 내신과 두루뭉술 수능만으로는 대학이 학생을 뽑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안은 고작 대학에 논술의 난이도를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전부다."

이 의원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평준화 정책과 연관 지었다. 그는 "정부와 교육당국이 산업화 시대 교육정책의 틀을 고집해 교육의 창의성을 못 살리고 온갖 규제로 교육 현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의 한광원 의원은 "고교 평준화의 기본 취지는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학군 간 실력차와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그 목적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며 "학교 교육에 실망한 학생과 학부모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해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개발독재 시대의 교육정책이 산업시대의 가치인 '집단화 및 획일화'의 덫에 걸린 채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고교 평준화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박기춘 의원은 "과거 우리 교육은 일류로서 자부심이 강했지만 현재는 교육 재정의 부족으로 해외 유학생을 양산하는 등 교육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교육의 수요에 걸맞은 투자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희망의 트라이앵글 만들겠다"=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어떻게 해서든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희망의 트라이앵글'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논술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대학의 수준을 높이려면 논술을 어렵게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대학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논술 교육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고교 교사들에게 연수도 강화하고 있어 2008년이 되면 논술로 인한 불안과 교육 파행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교육 격차 해소와 관련, "역대 정권에서 학력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은 써오지 못했다"며 "내년부터 체계적으로 격차를 줄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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