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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명 대피한 화학공장…러軍, 포탄쏴 한층씩 허물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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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시의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지난 10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시의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지난 10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루한스크 세베로도네츠크시에 있는 화학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에 대피한 민간인 800여명이 갇히면서 '제2 마리우폴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군, 800명 갇힌 대피소 층층이 허물어"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TV 인터뷰에서 "세베로도네츠크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기름 수t이 누출돼 화재가 발생했다"며 "러시아군이 몇 시간 째 공장을 향해 포탄 공격을 퍼부으며 대피소로 쓰이는 건물을 한 층 한 층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상자 수와 화재 진화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시내 대부분을 장악했으나, 아조트 화학공장만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장의 지하 방공호에 직원 200명과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 600명 등이 대피해 있다고 추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연설에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지속되고 있으나 아조트 화학공장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이라면서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일대에서는 (러시아군에 빼앗긴) 영토 일부를 수복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수주 내 세베로도네츠크를 포함한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의 97%를 점령했다고 주장 중이다.

화학물질 '가득', 마리우폴보다 더 위험

러시아 지원을 받는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방패로 삼고 있다고 했다. 로디온 미로슈미크 러시아 특사는 소셜미디어에 "이곳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 300~400명이 이웃 도시 리시찬스크로 퇴각하는 협상을 시도하려고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아 아조트 화학공장을 봉쇄하고 피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 측 주장을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4월 아조트 화학공장 지하에 있는 폭탄 대피소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아조트 화학공장 지하에 있는 폭탄 대피소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아조트 화학공장이 제2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아조트 화학공장은 마리우폴 제철소보다 공간이 좁고 유독성 화학물질이 많아 더 위험하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82일 항전 끝에 지난달 16일 함락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최후 근거지였다. 함락 당시 제철소에는 민간인 포함 2000명이 갇혀있었다.

헤르손·자포리자서 러시아 여권 첫 발급 

앞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는 러시아 연방과 합병이 진행 중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헤르손주 군민 합동정부는 이날 주민 23명에게 처음으로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주민 수천 명이 러시아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고 전했으나, BBC는 이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세운 헤르손 지방정부 수장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모든 헤르손 주민은 러시아 여권과 시민권을 가능한 한 빨리 얻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의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 절차를 허용하는 법령을 마련했다.

헤르손주에선 법정 화폐로 러시아 루블화가 통용되고 있으며, 학교에선 러시아 교과과정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러시아 성향의 행정수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남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시에서도 러시아 여권 발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이달 우크라의 EU 후보국 지위 결정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나눴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나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다음 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자격 부여 여부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EU로 가는 여정을 지원하고 싶다"며 "오늘의 논의에 따라 다음 주까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다음 주 후보국 지위 부여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한 후, 오는 23~24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면 우크라이나는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써 실제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내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자격 부여 여부를 권고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내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자격 부여 여부를 권고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또 EU 가입 후보국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정식 가입까진 최장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나흘만인 지난 2월 28일 EU 가입 신청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이달 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키이우를 방문할 것이라고 독일 주간 빌트암존탁(BamS)이 이날 보도했다. 방문이 성사된다면 세 정상 모두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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