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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민들레 모임 발족 안 돼” vs 장제원 “사조직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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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04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려던 국민의힘 의원 모임이 출범하기도 전에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장제원·이용호 의원 등 모임 주축 의원들은 “단순한 공부 모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친윤석열(친윤) 모임”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데다 이준석 대표에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권성동

권성동

권 원내대표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들레 소속 의원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모임을)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계파 얘기가 나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과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하며 “국민이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고 직격했던 이준석 대표는 이날에도 “자잘한 사조직”이란 표현을 쓰며 비판을 이어갔다. 모임의 좌장격인 장제원 의원과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김정재·송석준·이용호·이철규·박수영·배현진 의원 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등 당내 대표적인 ‘친윤계’로 통한다.

장제원

장제원

특히 지도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당초 민들레가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모임의 성격을 갖는 걸로 알려진 점이다. 전날 일부 언론은 민들레를 “국정 현안과 정책을 주제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련 부처 장·차관, 대통령실 수석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소개했다. 이는 장관들과 수석들이 참석하는 기존의 ‘고위 당·정·대’ 모임이나 실무 협의체 성격의 당·정 협의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민들레가) 당·정 협의체와 별도로 운영되는 것처럼 비쳐졌다. 정말 부적절한 얘기”라고 비판했고 이 대표도 “(당·정·대) 연결 기능을 누가 (민들레에게) 부여했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들레 소속 의원들은 “계파 모임이 아니다”거나 “오해”라고 반박했다. 장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분이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인데 ‘당 분열’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건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5선의 정우택 의원과 조해진·정운천·조은희 의원 등 추가로 들어온다는 의원도 많은데 이게 무슨 당 분열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용호 의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는 15일 출범하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지도부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도 있어 시기를 좀 늦추기로 했다”며 “속도 조절은 하지만 모임 추진을 중단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민들레를 둘러싼 여권 내부 충돌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윤핵관 그룹이 분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인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만들기까지는 정치적 목적이 동일했지만 향후 정치 행보나 당의 진로를 놓고는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내부에서도 “인수위 시절부터 두 사람이 샅바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가 있었다”거나 “윤핵관이든 아니든 다 정치인인데 견해가 같을 수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 문제를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 의원도 “권 원내대표에게 모임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 운영 방식과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권 원내대표나 장 의원이나 각자의 입장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일 뿐 둘 사이의 관계엔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윤핵관 핵심 멤버들 사이의 이견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간단히 볼 사안은 아니라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일 불거진 이 대표와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 간의 감정싸움은 이날도 그 여진을 이어갔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글귀가 적힌 액자 사진을 올렸다. 미소를 지을 뿐 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앞으로 말을 아끼고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반면 이 대표는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소이부답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겠느냐”며 “‘나 조용히 하겠다’는 걸 글로 올려놓는 것은 의아한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도 화제가 됐다. ‘여당 내 갈등이 심각하다’는 취재진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정치하는 게 늘 그런 것 아니겠느냐.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고 당의 수장이 아니다.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거리를 뒀다. 원내 지도부도 확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이렇게 싸우는 모습으로 비쳐 굉장히 송구스럽다. 엄청나게 많은 전화가 왔는데 두 분 모두를 비판하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며 “감정이 지나치게 섞이고 여과 없이 표출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안팎의 우려가 잇따르면서 당내에선 “이 대표와 정 의원의 갈등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다룰 당 윤리위원회가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이고 이미 공천룰 개정 문제로 논란을 빚은 혁신위도 다음 주 출범을 앞두고 있는 등 뇌관이 산재해 있는 만큼 “재충돌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적잖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공천 시스템에 손을 대는 순간 또 다른 전쟁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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