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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의 무노동 월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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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 정부 들어 사직한 청와대비서관 105명 중 20명이 보직이 없는 상태에서 월급을 받았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면직이 됐는데도 청와대가 퇴직 처리를 늦췄다. 일종의 대기발령이나 무임소 비서관의 편법을 쓴 것이다. 이들의 '무노동 유임금' 일수를 모두 합치면 1000여 일이니 1인당 평균 50일 정도인 셈이다. 일부는 100일이 넘었다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월급 도둑이다. 청와대는 "후임자가 정해져도 인수인계나 전임자의 잔무 처리를 위해 사표가 늦게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한다. 아니 무슨 비서관의 업무 인수인계에 석 달 이상이 걸리는가. 면직과 동시에 퇴직 처리된 많은 비서관은 인계할 업무나 처리할 잔무가 없었단 말인가.

문제가 된 이들 중에는 정권의 핵심 386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나 의전.인사수석실 비서관, 노 대통령의 대선캠프 '노무현 브리핑'을 만들었던 비서관, 노 후보의 부산지역 언론특보 출신, 국영기업체 간부로 옮긴 홍보기획비서관….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도 월급을 받았다. 결국 끼리끼리 봐주었다는 것인데 청와대 예산이 무슨 대학가 동아리 회비라도 되는가. 자칭 '개혁 정권'의 이율배반과 도덕적 해이를 새삼 절감한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대부분의 청와대 비서관은 공무원이 선망하는 엘리트 집단이었다. 나름대로 실력과 엄격한 질서를 갖췄다. 그런데 현 정권의 청와대는 모범이기는커녕 말썽과 소란의 원천지가 되고 있다. 386 참모들의 회전문 인사, 운동권 출신 비서관의 요란한 부처 인사 개입, 행정관의 부인 살해, 홍보수석실의 좌충우돌 난무(亂舞)…. 거기에다 이젠 '월급 절도'까지 드러났다. 정권은 혁신법을 만들려고 할 정도로 혁신 선전에 요란하다. 등잔 밑도 밝히지 못하면서 혁신은 무슨 혁신인가.

청와대는 이들이 편법으로 받은 돈의 액수를 공개하고 무노동 월급을 받은 이들은 돈을 반납하라. 비서실장 등은 잘못된 감독의 책임을 지라. 감사원은 즉각 철저한 감사를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