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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전면 중단해도 기온 상승…탄소 예산 더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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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음푸말랑가 주의 국영전력회사 에스콤이 소유한 석탄발전소 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묶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가능 총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푸말랑가 주의 국영전력회사 에스콤이 소유한 석탄발전소 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묶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가능 총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하더라도 지구 기온의 일시적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묶기 위해서는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에 산출한 것보다 더 줄여야 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어배너-샴페인, 영국 리즈 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1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아산화질소 등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할 경우 지구 기온이 10년 이내에 최고 0.2도 추가 상승한 다음 다시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만 전면 배출 중단할 경우에는 지구 기온이 2100년까지 현 상태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세먼지 냉각 효과 사라져 기온 상승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지구 기온 변화 전망.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정도로 표시했다. 주황색 선은 기존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온 전망. 가는 점선은 이산화탄소만 전면 배출을 중단했을 때. 굵은 점선은 모든 온실가스의 배출을 전면 중단했을 때 상황이다. [자료: Nature Climate Change, 2022]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지구 기온 변화 전망.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정도로 표시했다. 주황색 선은 기존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온 전망. 가는 점선은 이산화탄소만 전면 배출을 중단했을 때. 굵은 점선은 모든 온실가스의 배출을 전면 중단했을 때 상황이다. [자료: Nature Climate Change, 2022]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서 냉각 효과를 발휘하던 미세먼지(에어로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려졌던 온난화 효과가 드러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기온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감축으로 인한 일시적 기온 상승이 사라지고 나면, 메탄 등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수십 년 동안 기온이 서서히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향후 더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45도로 억제할 수 있고, 당연히 1.5도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2018년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특별 보고서'에서 과거에 배출된 것만으로는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33% 미만 확률)고 결론을 지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지금까지의 배출량만으로도 지구 기온을 일시적으로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릴 확률이 42%, 2도 이상 끌어올릴 확률이 2%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론 2100년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배출이 전면 중단되면 과거의 배출된 것이 지구 기온을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릴 확률이 5%가 된다.

문제는 전 세계가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더 배출할 수밖에 없고,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 후에 배출을 전면 중단한다면 1.5도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메탄 등 모든 온실가스를 줄이면 기온이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만 줄이면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5도 목표 유지하려면 탄소 예산 줄여야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지난해 5월 6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화염으로 CO2 글자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이 지난해 5월 6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화염으로 CO2 글자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1조 톤 배출할 때 지구 기온이 0.44도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1850~2019년에 배출된 총 누적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해서 약 2조2900억 톤으로 산출됐다"면서 "향후 1200억 톤만 더 배출해도 1.5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한 다음 2100년에 1.5도 아래로 회복하는 경우에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조800억 톤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IPCC는 2000년을 기준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는 데까지 남은 탄소 예산을 4000억 톤이 남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기온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을 67% 기준으로 놓고 본 것이다.

결국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려면 기존에 알려진 '탄소 예산', 즉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349억 톤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기온 상승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 즉 '탄소 예산'을 이전 추정치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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