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하더라도 지구 기온의 일시적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묶기 위해서는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에 산출한 것보다 더 줄여야 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어배너-샴페인, 영국 리즈 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1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아산화질소 등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할 경우 지구 기온이 10년 이내에 최고 0.2도 추가 상승한 다음 다시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만 전면 배출 중단할 경우에는 지구 기온이 2100년까지 현 상태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세먼지 냉각 효과 사라져 기온 상승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서 냉각 효과를 발휘하던 미세먼지(에어로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려졌던 온난화 효과가 드러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기온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감축으로 인한 일시적 기온 상승이 사라지고 나면, 메탄 등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수십 년 동안 기온이 서서히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향후 더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45도로 억제할 수 있고, 당연히 1.5도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2018년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특별 보고서'에서 과거에 배출된 것만으로는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33% 미만 확률)고 결론을 지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지금까지의 배출량만으로도 지구 기온을 일시적으로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릴 확률이 42%, 2도 이상 끌어올릴 확률이 2%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론 2100년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배출이 전면 중단되면 과거의 배출된 것이 지구 기온을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릴 확률이 5%가 된다.
문제는 전 세계가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더 배출할 수밖에 없고,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 후에 배출을 전면 중단한다면 1.5도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메탄 등 모든 온실가스를 줄이면 기온이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만 줄이면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5도 목표 유지하려면 탄소 예산 줄여야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1조 톤 배출할 때 지구 기온이 0.44도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1850~2019년에 배출된 총 누적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해서 약 2조2900억 톤으로 산출됐다"면서 "향후 1200억 톤만 더 배출해도 1.5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한 다음 2100년에 1.5도 아래로 회복하는 경우에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조800억 톤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IPCC는 2000년을 기준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는 데까지 남은 탄소 예산을 4000억 톤이 남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기온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을 67% 기준으로 놓고 본 것이다.
결국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려면 기존에 알려진 '탄소 예산', 즉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349억 톤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기온 상승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 즉 '탄소 예산'을 이전 추정치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