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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세계 에너지 수요 66%,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

중앙일보

입력

브라질 상파울루 주의 고압 송전선. AFP=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 주의 고압 송전선. AFP=연합뉴스

오는 2050년 무렵이면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66%를 전기로, 특히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충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태양광·풍력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의 80%를 화석 연료로 채우는 것을 비롯해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담당하는 것은 20%에 불과하지만, 2050년에는 완전히 역전될 수도 있는 셈이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와 베를린 공대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저널에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 비용의 감소가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신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공급할 필요가 있는데, 다양한 조건을 부여했을 때 2050년 무렵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한 논문이다.

4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비교·분석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인 케냐 가리사의 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신화=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인 케냐 가리사의 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신화=연합뉴스

연구팀은 현재 추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기본 시나리오와 함께 4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경우와 기온 상승을 2도로 억제하는 경우로 구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온실가스(CO2) 누적 배출량을 각각 5000억 톤과 9000억 톤 아래로 억제하는 게 목표다.

연구팀은 또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우와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로 나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는 지구 전체 바이오에너지 공급량을 연간 100엑사줄(EJ=10의 18승 줄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땅속에 저장하는 온실가스(CO2)의 양을 연간 4억 톤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부여했다. 또,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비용 기술 개발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줄어들 것으로 가정했다.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는 바이오에너지 공급량을 연간 300엑사줄까지 허용하고, 연간 200억 톤의 온실가스를 땅속에 저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따라 ▶전기화를 통해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시나리오(1.5C-Elec) ▶기존 기술로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시나리오(1.5C-Conv) ▶전기화를 통해 2도 아래로 억제하는 시나리오(WB2C-Elec) ▶기존 기술로 2도 아래로 억제하는 시나리오(WB2C-Conv) 등 4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들 시나리오를 REMIND–MAgPIE 통합 평가 모델을 통해 분석했다. REMIND는 글로벌 에너지-경제-기후 시스템을, MAgPIE 토지 이용을 분석하는 모델이다.

2050년까지 발전량 3.5배 증가

시나리오별 전력 비중 전망. 각 시나리오가 의미하는 바는 기사 본문을 참고할 것. [자료: Nature Energy, 2021]

시나리오별 전력 비중 전망. 각 시나리오가 의미하는 바는 기사 본문을 참고할 것. [자료: Nature Energy, 2021]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로 전기 공급을 늘리는 시나리오 중에서도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1.5C-Elec 시나리오에서는 최종 에너지 사용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66%로, 2도 아래가 목표인 WB2C-Elec 시나리오에서는 58%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한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전망한 34~53%보다는 전력 비중이 높다.

반면,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시나리오(1.5C-Conv, WB2C-Conv)에서는 전력 비중이 2050년을 기준으로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감축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전력 비중이 2015년 19%에서 2050년 3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1.5C-Elec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발전량이 2015~2050년 사이 3.5배 증가하고, 21세기 말까지는 약 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풍력·태양광 발전의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비용 절감, 화석 연료에 대한 탄소 가격 책정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믹스 변화. 자료: Nature Energy, 2021

에너지 믹스 변화. 자료: Nature Energy, 2021

연구팀은 수력 발전의 경우 완만하게 늘어나겠지만, 자원 잠재력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보다 제한적이고, 원자력 발전은 풍력·태양광 발전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5C-Elec 시나리오에서 석탄 화력 발전은 2035년까지 발전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지고, 가스 화력 발전은 2050년까지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전기 자동차는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항공과 해운의 경우 기술 개발이 늦어져 소수·암모니아 외에도 석유와 바이오에너지를 여전히 사용하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원전은 경쟁력 상실, 단계적으로 폐지

미국 아이오와 주의 에탄올 공장. 바이오에너지인 에탄올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원료인 옥수수밭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 주의 에탄올 공장. 바이오에너지인 에탄올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원료인 옥수수밭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건물 부문은 1.5C-Elec 시나리오에서 2050년 전기화가 8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부문의 경우 전기화 수요는 낮은 편인데, 화학산업의 경우 2050년에도 4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 세계 철강의 82%가 고철의 전기 용해를 통해 공급되면서 철강 1톤당 에너지 수요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수소를 통한 간접 전기화는 장기적으로 점점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수소는 1.5C-Elec 시나리오에서 2050년에는 11엑사줄, 2100년에는 25엑사줄의 규모로 산업부문 에너지 수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1.5C-Elec 시나리오에서는 화석-바이오에너지의 최종 에너지 수요는 2050년 약 98엑사줄, 2100년에 68엑사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1.5C-Conv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기준으로 3억7000만㏊의 바이오에너지 재배 농경지가 필요하지만, 1.5C-Elec 시나리오에서는 이를 1억4000만㏊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전기화 미래가 그냥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수급 전력화로의 전환은 화석 연료에 대해 탄소 가격을 책정해 재생에너지 전기가 갖는 기후변화 완화의 이점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투자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런 기회를 포착하려면 정책 입안자의 단호한 조치와 광범위한 대중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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