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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CO2 계속 배출한다면 2028년 1.5도 저지선 뚫린다"

중앙일보

입력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 위에 이산화탄소(CO2)를 나타내는 글자를 겹쳤다. [셔트스톡]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 위에 이산화탄소(CO2)를 나타내는 글자를 겹쳤다. [셔트스톡]

세계 각국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저지선이 불과 6년 뒤인 2028년에 무너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중국 칭화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리뷰스(Nature Reviews) -지구와 환경'에 기고한 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토로나 19) 대유행으로 202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5.7% 감소했으나, 지난해 일부 경기가 회복되면서 CO2 배출량이 다시 4.8%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CO2 배출 4.8% 반등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 CO2 배출량(짙은 청색 점선)은 1970년 이후 꾸준히 늘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2020년 감소했다가 지난해 반등했다(붉은색 부분). 오른쪽 굵은 점선에서 청록색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억제하기 위해 연평균 8%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짙은 청색의 굵은 점선은 기온 상승 억제 목표가 2도일 때 연평균 4%를 줄이는 경우를 제시했다. [자료: Nature Reviews, 2022]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 CO2 배출량(짙은 청색 점선)은 1970년 이후 꾸준히 늘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2020년 감소했다가 지난해 반등했다(붉은색 부분). 오른쪽 굵은 점선에서 청록색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억제하기 위해 연평균 8%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짙은 청색의 굵은 점선은 기온 상승 억제 목표가 2도일 때 연평균 4%를 줄이는 경우를 제시했다. [자료: Nature Reviews, 2022]

2020년 전 세계 CO2 배출량이 33.3기가톤(Gt), 즉 333억 톤이었는데, 지난해 349억 톤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탄소 모니터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의 실시간 배출량을 추적한 결과, 전력 부문 CO2 배출량은 5.0%(6억 5700만 톤), 산업 부문은 2.6%(2억 5600만 톤), 지상 운송 부문은 8.9%(5억 1300만 톤)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항공 부문도 뚜렷한 반등을 보였는데, 국내 항공 부문 CO2 배출량이 25.8%(6500만 톤), 국제 항공 부문이 18.1%(5000만 톤)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7%(5억 9700만 톤), 미국이 6.5%(2억 9600만 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이 6.7%(1억 9300만 톤), 인도가 9.4%(2억 1200만 톤), 러시아가 6%(9100만 톤) 증가했다.

연구팀이 한국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 2020년 대비 2021년 에너지 2차 소비가 5.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상위 배출국 중에서 반등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는데, 2020년 일본의 CO2 배출량은 2019년 수준에서 4.7%(5100만 톤) 감소했고, 2021년에는 더 줄어 2019년보다 5%(5400만 톤) 적게 배출했다.

지난해 남은 탄소 예산 8.7% 소비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2007년 7월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약 177km 떨어진 벨챠토의 발전소 굴뚝에 올라서 "이산화탄소 그만(Stop CO2)"라는 슬로건을 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2007년 7월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약 177km 떨어진 벨챠토의 발전소 굴뚝에 올라서 "이산화탄소 그만(Stop CO2)"라는 슬로건을 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이 같은 배출량 반등 탓에 남아있는 탄소 예산(아래 용어 설명 참조),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빠르게 소진될 것을 우려했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00년을 기준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는 데까지 남은 탄소 예산을 CO2 4000억 톤, 2도로 억제하는 데는 1조 1500억 톤이 남았다고 추산했다. 이는 각각의 기온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을 67% 기준으로 놓고 본 것이다.

만일 기온 목표 달성 가능성을 더 높이려면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고, 남은 탄소 예산은 줄어들게 된다.
IPCC는 기온 목표 달성 가능성을 83%로 높일 경우 1.5도 목표에 따른 탄소 예산은 3000억 톤, 2도 목표에서는 9000억 톤으로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기온 상승 전망. 위의 배출 경로 그래프 중에서 배출을 줄이지 않는 최고 배출 경로의 경우는 2030년 이전에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한다는 의미다(아래 띠 그래프). [자료: IPCC AR6 WG I, 2021]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기온 상승 전망. 위의 배출 경로 그래프 중에서 배출을 줄이지 않는 최고 배출 경로의 경우는 2030년 이전에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한다는 의미다(아래 띠 그래프). [자료: IPCC AR6 WG I, 2021]

이에 따라 2021년 한 해 배출량은 인위적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의 8.7%, 2도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의 3%를 소비한 셈이다(67% 가능성 기준).
또, 2020~2021년 전 세계가 680억 톤의 CO2를 배출하는 바람에 2021년 말 현재 남은 탄소 예산은 1.5도 상승 기준으로 CO2 3320억 톤, 2도 상승 기준으로는 1조 802억 톤이라고 연구팀은 제시했다.

6~9년 뒤 탄소 예산 바닥 가능성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투즐라의 석탄 화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상승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투즐라의 석탄 화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상승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CO2 배출이 줄어들지 않고 2021년 수준으로 지속한다면, 67% 목표 달성 가능성을 갖고 1.5도 상승을 억제한다면 9.5년 후인 2031년이면 다 소진되고, 83% 목표 달성 가능성에서는 6.6년 후인 2028년이면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6~9년 뒤인 2028~2031년에 '1.5도 목표'를 지키려는 저지선이 뚫리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지난해 IPCC는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더라도 열심히 배출량을 줄이면 다시 1.5도 아래로 내려올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온도 상승 목표를 2도로 잡더라도 67% 가능성에서는 31년 후인 2052년까지 탄소 예산이 남겠지만, 83% 가능성에서는 23.8년 후인 2045년이면 남은 예산이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100년까지 67% 가능성으로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연간 8%씩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코로나 19로 2019~2020년 줄어든 양이 6%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정부에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의에 반대하는 정부를 촉구하는 '룩업(Look up, 하늘을 쳐다보라)'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정부에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의에 반대하는 정부를 촉구하는 '룩업(Look up, 하늘을 쳐다보라)'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 목표인 미국은 2021년 수준에서 매년 1억 6700만 톤을, EU와 영국은 매년 1억 500만 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2060년 탄소 중립 달성이 목표인 중국은 연간 2억 8600만 톤을, 러시아는 4100만 톤을 줄여야 한다. 2070년이 목표인 인도는 매년 5100만 톤을 줄여야 한다.

연구팀은 "이들 국가가 연간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이들 국가만 2020~2045년에 총 4000억 톤이 넘는 CO2를 배출할 것으로 보여 그것만으로도 남은 탄소 예산(1.5도 상승, 67% 가능성)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 등 다른 나라들의 배출량이 계속 늘고 있어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직 정점에 도달도 않았다.

연구팀은 "2020~2021년 CO2 배출 상황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훨씬 엄격한 조치가 당장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인 배출량 감소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녹아내리는 바다 얼음 위에 북극곰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3년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녹아내리는 바다 얼음 위에 북극곰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탄소 예산(carbon budget)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파리 기후 협정에 의해 설정된 한계까지 유지하면서 여전히 대기로 배출할 수 있는 인위적인 CO2의 총량을 말한다. 탄소 예산은 대기로 배출하는 CO2 양과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직선으로 비례한다는 가정에 따라 나온 수치다. 하지만, 메탄(CH4) 등 이산화탄소 외에 다른 온실가스 등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므로 탄소 예산은 온도 목표 달성 가능성과 연계해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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