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탄소세 거둬서 나눠 가지면 이익" 국제연구팀 주장의 근거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06:00

업데이트 2021.12.07 08:08

지난달 12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26)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기후 기금은 어디 있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26)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기후 기금은 어디 있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장.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약속했던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의 기후 기금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을 성토했다.
결국 당사국 총회는 온난화로 인한 피해에 적응해야 하는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한 후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이 없는 개도국들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온난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 위기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지구 탄소세(global carbon tax)'다.
세계 각국이 모두 탄소세를 걷고, 이를 모아서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배분하자는 방안이다.

탄소세를 담은 교통표지판.

탄소세를 담은 교통표지판.

미국 럿거스·프린스턴·하버드 대학과 독일·싱가포르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과 별도 기고문을 통해 "탄소세 부과와 1인당 균등 환급을 통해 빈곤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중첩 불평등 기후 경제 모델(NICE)'로 알려진 글로벌 비용 편익 기후 정책 모델을 사용해 탄소세 배당의 효과를 분석했다.
세계를 12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 인구를 5개 소득 계층으로 세분한 뒤 탄소세 부과와 1인당 균등 환급으로 인한 혜택이 국가별, 소득 계층별로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했다.

연구팀은 탄소세를 부과했을 때 1인당 균등 환급을 하는 시나리오와 환급하지 않는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균등 환급하지 않는 경우는 가난한 사람들도 보상 없이 탄소세 부담을 져야 하므로 기후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탄소세로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더 클 수는 있다.

균등 환급의 경우는 빈곤 완화 효과가 뚜렷했다.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 기후 정책에 불리한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고 탄소세로 거둬들이는 돈이 줄면서 1인당 배당금도 줄게 된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피하는 데 따른 혜택을 고려하면 이익은 적지 않다.

빈곤 해결이란 측면에서는 완전한 탈탄소보다는 현재보다 배출량을 50~60% 줄이는 것이 최적이지만, 기후 위기 해결 측면에서는 제로로 만들 때까지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지역별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지역 내에서 균등 환급할 경우 불평등을 줄이고 빈곤을 완화하는 동시에 2도 목표(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최하위 소득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혜택이 특히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라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브뤼셀에 있는 EU 의회 프레스룸에서 탄소세 도입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우라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브뤼셀에 있는 EU 의회 프레스룸에서 탄소세 도입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소득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2만1500달러(2542만 원)보다 적을 때는 균등 배분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탄소세 수입과 1인당 균등 환급을 전 세계로 확대해서 더 많은 수입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인구에게 가도록 할 경우 전반적인 혜택은 더 크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초기에 공격적인 기후 정책을 추진하고 이후 탈탄소화를 향해 점진적으로 서서히 나아간다면 폭주하는 기후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며 "다만 지구 탄소세가 도입되려면 여론의 뒷받침, 정치적 의지, 그리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탄소세를 거둬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8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그린강국 코리아, 기후위기를 신성장의 기회로'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약에는 탄소세 도입이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8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그린강국 코리아, 기후위기를 신성장의 기회로'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약에는 탄소세 도입이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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