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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직업인 나도 "논술은 너무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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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열려라 공부!' 섹션에는 북한 핵실험 관련 논술 문제가 실려 있었다. 정치.경제.과학.철학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예시로 있었다. 아이들이 과연 이 정도까지 알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중1과 초등학생이다. 아직 몇 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도대체 길이 보이질 않는다,

나는 4지 선다형 학력고사 세대다. 신랑감도 꼭 4명이 있어야만 고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세대지만 그때는 그래도 길이 보였다. 길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단지 누가 더 많이 노력하느냐에 따라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젠 학교 교육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집은 현재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한 달에 약 100만원이 들어간다. 다른 집에 비하면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다. 아이들은 항상 숙제에 시달리고 여유시간이 없다. 공부라는 것은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배우기만 하고 혼자서 익힐 시간이 없다 보니 진정한 공부의 맛을 깨닫지도 못한다. 게다가 공부만 앞세우고 마음을 다스려 주질 않아 인격적으로도 문제 있는 아이들이 많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누구나 방과 후 교실에 모여 앉아 오후 11시까지 공부를 했다. 과외가 금지됐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아이들 교육에 월 몇 백만원씩 쓰고 다들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사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왜 학교 선생님들과 단란하게 공부하고 혼자 자습하면서 대학을 준비할 수 없는 것인가? 답답한 마음뿐이다.

김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