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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다, '뜨싱즈' 김문정 음악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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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문정 음악감독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문정 음악감독

2022년 백상예술대상 축하 공연 무대에
‘뜨거운 싱어즈’가 올랐다.

JTBC 합창 프로그램을 인연으로 만난 이들은
여든여섯의 김영옥,

여든둘의 나문희 배우 등 단원 16명의
나이 합이 990살에 이른다.

더구나 대부분 전문 음악가가 아닌 이들이
모인 합창단이다.

이런 이들이 100여일 연습하며
생방송 무대에 오른 건 큰 도전이었다.

사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관객 앞에 섰지만,

하나 되어 부른  ‘디스 이즈 미(This is me)’가
단박에 화제가 됐다.

이날 공연 영상이 2주 만에
조회 수 120만을 기록할 정도였다.

공연계에선 그를 '작은 거인'이라 칭한다. 김 감독은 이런 세간의 평에 대해 ″지휘봉은 저의 마술봉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가 마술사가 된 듯하니 그리들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공연계에선 그를 '작은 거인'이라 칭한다. 김 감독은 이런 세간의 평에 대해 ″지휘봉은 저의 마술봉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가 마술사가 된 듯하니 그리들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 무대를 이끄는 이가 김문정 음악감독이었다.

무대 아래의 어둠 속에 선 그는
불안에 떠는 단원들을 북돋우며,

그만의 몸짓으로 단원 하나하나와 호흡하며
멋진 무대를 완성했다.
단원 각각의 ‘나’를 더 ‘나’답게 끌어내며

‘This is me’를 이뤄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이토록 찬란한 어둠』이라는 책을 냈다.

당시 제목을 보고 과연
‘어둠이 찬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의 인터뷰를 들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둠에서 빛이 시작되죠.

이렇듯 화려한 무대는 결국 어둠에서 비롯됩니다.

빛과 어둠의 어우러짐,
그것에 대해 저는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뜨거운 싱어즈'에서 각각의 ‘나’를 더 ‘나’답게 끌어내어 ‘This is me’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 김문정 음악 감독, 이는 결국 하나하나의 ‘나’를 우리로 만드는 일이었다.

'뜨거운 싱어즈'에서 각각의 ‘나’를 더 ‘나’답게 끌어내어 ‘This is me’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 김문정 음악 감독, 이는 결국 하나하나의 ‘나’를 우리로 만드는 일이었다.

결국 그의 역할은 어둠이며,
그 어둠으로 빛을 돋보이게 한다는 얘기였다.

그의 인터뷰를 빌자면
‘뜨거운 싱어즈’에서 또한 그는 어둠의 역할을 한 게다.

이 어둠의 자리 또한 만만찮은 자리가 아닌 터였다.

“무대 아래 깊숙이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선

사방 날린 먼지, 연무 탓에
시야가 흐려지기 일쑤죠.

관람에 방해되니 제 등을 꺾어 달라는
객석의 불만이 접수되기도 하죠.

그런데도 저와 오케스트라 단원은
무대 위 배우를 위해 연주하고 지휘합니다.”

어둠을 자처한 김문정 감독이
그 어둠마저도 찬란하다고 말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