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가 홀로 무릎 꿇고 묵상하는 사진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오늘 18일부터 열리는
김수환 추기경 사진전 포스터였다.
포스터를 보낸 이는 서연준 사진작가다.
서 작가를 만나 포스터 사진에 얽힌 사연을 청했다.
-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간 후 추기경께서 다시 나오셨어요. 제대 앞에 무릎을 꿇더니 홀로 묵상을 하시더군요. 그 뒷모습에 홀딱 빠져버렸죠. ‘시간 날 때마다 힘닿는 데까지 찍어드리겠노라’ 홀로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을 지키느라
그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추기경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 중
그가 손꼽는 인상적인 장면들은 이러하다.
“당시 나라를 걱정하는 구국 미사가 있었는데요.
1986년 대권을 꿈꾸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함께 참여한 미사,
1987년 중국에서 송환된 김선영(요셉) 신부 유해 안치 장례 미사,
19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미사는 아직도 맘에 맺혀 있습니다.”
무려 38여년이 지나서야 이 사진들을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 “당시 제가 고작 스물네살이었어요. 충무로 상업 사진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트로 일했죠. 충무로와 명동이 가까우니 자주 드나들었어요. 그때 인연이 비롯된 겁니다. 당시 월급이 6만원인데 필름 한 통이 2000~3000원이었어요. 만만치 않은 여건 임에도 추기경께 반해 온 마음을 내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후 집 이사 다섯번, 스튜디오 이사 여섯번을 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죠. 추기경님 탄생 100주년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진을 뒤졌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특별하게 보관한 것처럼 필름이 멀쩡했어요. 그 필름들에서 추기경을 다시 만나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행복을 다른 이들과 나눠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38여년 만에 공개되는 추기경의 모습은
명동성당 ‘갤러리 1898’에서 5월 23일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