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파급효과…英, '유전자 편집' 작물 허용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18:46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글로벌 식량 위기가 심화하는 와중에 영국이 '유전자편집(gene-edited·GE)' 작물 생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GE는 생물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물질(DNA)을 편집한 식품이다. 다른 종의 DNA를 인위적으로 결합한 유전자변형 식품(GMO)과는 다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이번 주 내로 GE 작물 재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유전자 기술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영국 농가는 물과 비료를 적게 쓰면서도 저항력이 높일 수 있는 변종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은 올해 말 이른바 '정밀 번식(Precision Breeding)' 법안을 제정한 후 이르면 내년부터 GE 식품을 전국 소매점에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텔레그래프는 GE 생산이 본격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한 글로벌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의 영국 정부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법안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곧바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 중요해졌다. 질병에 강한 농작물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식량 안보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물가상승을 억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텔레그래프는 "수입에 의존하는 영국은 식량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며 "정부가 (GE 생산을 통해) 자국 내 식량자급률을 올려 물가 상승을 억제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나 뛰었다.

지난 17일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영국에게도 종말론적(apocalyptic)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100여개의 국가에서 곡물 수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윤리적 문제 등의 이유로 GE 식품 생산을 규제하고 있다. 앞서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 2018년 GE 기술로 만든 동식물도 GMO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GE 식품 생산 시도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브렉시트로 독자적인 규제 완화에 들어갔고, GE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10일엔 영국 왕실이 직접 나서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회 여왕 연설을 대행한 찰스 왕세자는 "영국의 식량 생산을 늘릴 뿐만 아니라 EU로부터 물려받은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도 텔레그래프에 "정밀 기술을 통해 질병과 기후변화에 자연적으로 저항력이 있는 농작물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며 "농약과 비료를 줄이더라도 수확량은 더 늘 수 있다"고 했다. 또 "GE 기술은 세계 식량 안보에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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