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밀값 폭등에 떠는데…러軍 봉쇄에 곡물 450만t 썩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03 15:15

업데이트 2022.05.03 15:57

지난달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한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한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산 수출용 곡물 450만t이 항구에 묶여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로) 수십개국으로 수출할 곡물 수천만t이 몽땅 손실될 수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아프리카에 식량 위기가 우려된다"며 말했다.

2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유엔(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발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항구의 컨테이너에 선적된 450만t의 곡물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FP 독일 담당 마르틴 프리크 국장은 "컨테이너의 곡물은 가져다 쓸 수가 없다. 그냥 그대로 계속 쌓여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옥수수와 밀의 주요 생산·수출국이다. 유엔은 2020년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에서 옥수수 3000만t과 밀 2500만t이 수확된 것으로 파악했다. 항구에 발이 묶인 곡물 450만t은 한국의 연평균 곡물 생산량(2020년 기준)에 육박하는 양이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흑해 항구를 통한 해상 수출 길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세계 밀 생산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밀 생산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밀 수출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밀 수출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흑해를 장악한 러시아군은 배가 드나들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수십 개국으로 가야할 수천만 톤의 곡물을 몽땅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 국가가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집트와 튀니지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를, 레바논은 6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 1위 국가지만, 서방 제재로 수출이 차단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개전 이후 세계 밀 공급량의 3분의 1가량이 감소했고, 가격은 지난 3월 한 달 만에 19.7% 급등했다. 프리크 소장은 "전쟁으로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더 시급한 상황이 됐다"며 "기근(Hunger)은 군사·경제적 무기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2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농업 회사의 곡물 창고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2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농업 회사의 곡물 창고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저장소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농업 회사의 곡물 저장시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이제 곡물 창고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각국 정상에 식량 위기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아일랜드 의회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굶겨 죽이기 위해 우리 식량 공급체계를 겨냥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식량의 무기화를 우려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하원 연설에서도 "러시아 침공이 지속되면서 곡물 및 식료품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여러 나라에 닥쳐올 굶주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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