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확산도 계속하게 했다…러 침략, 전세계적 결과 초래" [주한 유럽대사 연속인터뷰]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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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폭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 군사위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 질서를 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초유의 단합 속에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고 중립국인 핀란드·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현실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80여일을 맞아 이번 전쟁의 의미와 해결책을 찾고 한국과 유럽의 안보·경제 협력을 모색하고자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순차 인터뷰했다. ①콜린 크룩스 영국대사 ②필립 르포르 프랑스대사 ③미하엘 라이펜슈툴 독일대사 ④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EU 대사 순으로 소개한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랑스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랑스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한 유럽대사 연속인터뷰 ② 필립 르포르 프랑스 대사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났을 때, 인터뷰는 사흘 전인 9일 러시아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행사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르포르 대사는 “러시아는 1945년 나치즘에 대한 승리의 기억과 우크라이나에서 행하는 소위 ‘특별군사작전’을 엮으려 했지만 이는 명백한 기만”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과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의 수직적·수평적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주력해야 하고, 종전을 위한 대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5월 9일 전승절에서 별도의 ‘전쟁 확대 선언’은 없었지만 두 축을 따라 확전의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먼저 수직적 확전으로 화학 또는 핵 등의 대량 살상 수단의 사용이다. 특히 중대한 산업 사고를 위장하거나 심지어 핵 타격 또는 제한된 화학 물질 공격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다. 다음으로 수평적 확전은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분쟁, 즉 아프리카, 발칸 반도, 중동 또는 아시아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실패를 상쇄하기 위한 제2의 전선들을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는 핵협상(JCPOA)으로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를 하면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일시적으로 방해했다. 마찬가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활동 방해로 인해 북한이 새로운 국제 제재를 받지 않게 됨으로써 핵확산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전 세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 2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궁을 방문했다. 전운이 고조되던 시기에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 것을 설득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궁을 방문했다. 전운이 고조되던 시기에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 것을 설득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여러 차례 설득했는데도, 결국 전쟁이 터졌다.  
“훗날 역사학자들이 말해주겠지만, 지난 2월 7일 마크롱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훨씬 전에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 같다. 우리는 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 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이 외교의 본질이다.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가능한 한 빨리 전투를 끝내야 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이루어져야 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정한 조건에 따라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어야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 개시 조건으로 전쟁 발발일인 2월 24일 이전의 상황으로의 복귀를 언급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늦춰진 게 문제라고 보기도 한다. 2008년 부쿠레슈티 회담에서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인가.
“나토는 군사 동맹이다. 집단 방어라는 명시적인 요소가 있는데, 조약 제5조에 의하면 모든 회원국은 공격을 받은 국가를 방어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암묵적인 요소가 있는데 새로운 회원국은 집단 방어의 강화에 기여해야 하며 특히 군사적인 자원, 동맹이 필요로 하게 될 추가 안보 요구보다 더 큰 가치의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 2008년에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것이 부쿠레슈티 회담에서 동맹국들이 공동으로 표명한 입장이었다. 2022년에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공격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의 침략에 용맹하게 저항하고 있다. 동맹국들은 유엔 헌장 51조에 의거하여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경제 및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 동맹국 중 어느 누구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이어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랑스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랑스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전쟁으로 프랑스의 외교·안보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수십년간 유럽과 세계가 겪었던 최고의 안보 위협이고 ‘블랙 스완’(예상 못한 치명적 사건)이었다. 프랑스의 외교 정책에 대한 영향은 당연히 근본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국가들 간 연대를 강화시켰다. 대서양 동맹은 유로대서양 지역의 방어라는 근본적 역할을 되찾았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세계적 균형을 유지하는 강대국 역할을 상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가격뿐만 아니라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해,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화 회복과 파괴된 우크라이나 재건, 모든 무질서를 복원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 ”
향후 프랑스와 한국이 협력할 분야는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존경받는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다. 한국은 다자주의, 평화 수호, 국제 연대, 환경 보존과 관련된 동일한 가치들을 프랑스와 공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세계적인 영향에 대해 전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제질서와 안정의 보존 및 회복을 위해 프랑스와 함께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양국은 매우 긴밀한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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