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건강 도맡은 사업장 "양호교사"|「산업 간호사」 김보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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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 현장에서의 뜻하지 않은 사고와 질병은 근로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다.
특히 기계화·자동화 등 사업화의 진전에 따라 사고로 입게 되는 피해의 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질병시의 응급처치는 물론 사전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산업 간호사」는 이같은 추세 속에 새롭게 정착되고 있는 전문 직종이다.
전자계측기 생산업체인 흥창 물산 (대표 손정수)의 서울 불광동 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김보경씨는 이 회사 4백50여 생산 관리직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산업 간호사」다.
『법원의 간호사들은 환자의 치료가 주된 임무지만 산업 간호사에게는 치료보다 사전 예방과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대하는 사람이 환자가 아닌 산업체 종사자라는 점에서 업무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는 학교의 양호 교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기계·제품을 만지는 산업체에서는 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더 높아 주의와 긴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산업 안전 보건법에 종업원 수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반드시 산업 간호사를 두도록 의무화돼 있으며 업체에 따라 간호사 자격증 외에 임상 경력 등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안다.
산업 간호사의 주된 임무는 ▲신체 검사 등 사원 건강 관리 ▲보건 교육 및 상담 ▲사고·질병 발생시 응급처치 등.
김씨의 경우 1주 l회 1시간씩 산업 안전·성인병·성교육 등에 관한 강의 또는 비디오 교육을 근로자들에게 실시하고 있고 하루 평균 10건 정도의 상담을 해오고 있다고.
김씨가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것은 응급처사다.
납 땜시 손을 데거나 부품 조립시 핀셋에 찔리는 등의 사고에서부터 소화 불량·두통 등까지 하루 평균 10건 가량의 처치를 하고 있으나 다행히 아직 큰 사고는 없었으며 지난해 2월 이후 지금까지 무 재해를 기록중인 것이 회사와 김씨의 자랑이기도 하다.
밤·낮, 휴일 없이 3교대 근무 등을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병원에 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산업체 근무의 장점. 김씨는 특히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점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꼬았다.
그러나 특수직으로 분류돼 승진 기회가 직장내 타 직급보다 적고 급여 수준도 초임 기준 30만∼40만원 선으로 일반 법원보다는 다소 낮은 편이라고.
특히 일반 병원에서는 동료 의사·간호사와의 협·분업이 가능하지만 산업체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
김씨는 사원들과 상호 이해서 높이기 위해 ▲생일 선물 전달 ▲방송실 관리 등의 일 처리는 자청해서 맡고 있는데 일은 바빠지지만 서로 친해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에서도 업무 시간을 할애, 교육 등을 시키는 문제서 처음에는 다소 꺼림칙해 했으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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