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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제까지 한국시문학사에는 자유시가 외국으로부터 도입되었고, 본래 우리의 시인 시조·가사·민요 등은 이 자유시의 정착으로 말미암아 자연적으로 소멸되고 정형시인 시조만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기술하였다. 참으로 한심한 문학사 해석이요 안목이었다.
이러한 엄청난 해석의 오류서 자행하고서도 한치의 부끄러움이나 뉘우침이 없었던 것은 이 역시 일제 식민지하의 잔재를 벗어버리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리하여 시조는 고유의 시이기는 하지만 전근대적이라고 몰아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둘 일은 이같은 문학사 해석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가락과 우리의 정서를 담지 않고서도 과연 한국적인 시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바로 시의 생명과 직결되는 우리의 영원한 테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시서 지망하는 신인들에게 입단은 시조의 운율과 정서를 터득하라고 부탁하는 바다. 그것은 우리 시의 뿌리 찾기인 동시에 한국시의발전용 약속하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자들의 생각에 접근한 작품이 바로 장원을 차지한 강동구씨의 『우울한 침묵』이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침묵과 바람으로 비유해 1, 2수를 결정한 다음 「억척스럽게 내려야할 뿌리」로 3수를 마무리한 솜씨가 대단했다. 아울러 차상에 뽑힌 박미경씨의 『산』도 한편의 시조로서 나무랄데 없는 작품이었다.
으레 산하면 상투적인 어휘들이 동원되어 식상하게 마련이던 그런 「산」이 아니란 점에서 우선 호감이 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차하에 든 박은영씨의 『19세의 가을』은 좀 가녀린 듯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감정을 잘 소화했다고 본다.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
그밖에 입선작에 오른 최명숙씨의 『양평에서』, 최광호씨의 『가을』, 이종현씨의 『지리산 소곡』, 박영석씨의 『임진강 산조』, 최경자씨의 『가을의 길목』 등도 한결같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는 닿은 작품들이었다. 다만 재치와 감각, 삶의 무게를 싣는 심원한 심상 등에 조금씩 못 미치는 안타까움이 있었음을 밝힌다. <심사 위원 윤금초·박시교>
◇알림=월 1회 게재되는 「중앙 시조 지상 백일장」은 독자 여러분에게 항상 개방되어 있습니다. 시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편수와 시일에 관계없이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 지상 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759)으로 응모자의 주소·성명을 명기, 우송하면 됩니다. 응모된 작품은 시조시인 2명에게 위촉, 장원·차상·차하 각 1편 및 입선 5평용 선정, 게재하며 장원·차상·차하에는 메달과 소정의 고료를, 입선에는 고료를 우송하여 드립니다. 월 장원·차상·차하를 대상으로 매년 11월말 작품용 응모 받아 연 장원을 가리며 연 장원에는 시상과 참께 기성 시조시인 대우를 합니다. 경선제를 도입, 시조단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중앙 시조 지상 백일장」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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