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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의점서 활어회…혼살족 많은 동네엔 '이 업종' 뜬다 [혼잘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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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6년 12월 뉴욕 주 북부 모홍크 리조트에서 혼자 식사하는 모습. 2016년 미국 대선에 패한 직후였다. [사진 뉴욕타임스 소속 캐롤린 리언 트위터 사진 캡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6년 12월 뉴욕 주 북부 모홍크 리조트에서 혼자 식사하는 모습. 2016년 미국 대선에 패한 직후였다. [사진 뉴욕타임스 소속 캐롤린 리언 트위터 사진 캡처]

30년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테헤란로 뒷골목에서 운영된 샤부샤부집에는 ‘혼살족’(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바 형태의 좌석이 8개 마련돼 있다. 1만8000원 가격의 샤부샤부를 혼자 즐기기 위해 혼살족들은 주로 전화로 예약을 하고 메뉴를 미리 주문한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주말에도 50대 혼살족들이 와서 반주와 함께 먹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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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역 4번 출구 앞에 일본식 살치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에는 가게 한쪽에는 벽을 바라보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7개 있다. 지난 11일 오후 1시 무렵 찾은 식당에는 태블릿 PC로 유튜브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약 2만5000원 상당 음식을 먹는 고객 2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셔도 높은 가격대 음식을 분위기 있게 먹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분식집에서 김밥이나 떡볶이를 빠르게 먹고 일어나는 모습과는 다르다. 살치살 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정우성 매니저는 “복잡한 점심시간을 지나서 1시 이후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 혼살족도 눈에 띈다”며 “저녁에는 술을 혼자서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샤브샤브 집. 1인 가구가 혼자서 샤브샤브를 해 먹을 수 있는 기구가 좌석에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샤브샤브 집. 1인 가구가 혼자서 샤브샤브를 해 먹을 수 있는 기구가 좌석에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코로나19 이후 혼살족 더욱 당당히 식당 입장 

지난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식당에 혼밥(혼자서 밥먹기)을 해야 한다고 규제한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욱 늘었다고 한다. 삼성역 인근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가게에 들어올 때 눈치를 봤지만 요즘에는 2인 전용 테이블에도 당당히 앉는다”고 전했다. 지자체들도 눈치 없이 1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각 지역에 ‘혼밥하기 좋은 혼식당’을 정해 식당 목록을 공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39만8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20년 664만3000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31.7%로 커졌다. 2인 가구(28%)나 3인 가구(20.1%), 4인 가구 이상(20.2%)보다 비중이 크다. ‘부모+자녀’로 이뤄진 3~4인 가구에 맞춰졌던 식음료 판매 트렌드도 혼살족으로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2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올해 외식업체들의 간편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비싼 혼밥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혼살족을 위한 활어회 픽업 서비스의 지난 4월 14~20일 이용 건수는 서비스를 시작한 첫 주 대비 약 10% 높아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혼살족 주류 지출 비중 2인 가구보다 커

CU는 지난 3월 수산물 전문 유통 기업과 손잡고 픽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서울 강남구·서초구에 있는 20여개 점포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 5시 이후 집 근처 편의점에서 활어회를 수령할 수 있다. CU 관계자는 “고급화된 혼살족 입맛을 잡기 위한 판매 전략이 통했다”고 전했다.

파리바게뜨의 간편식 브랜드인 ‘퍼스트 클래스 키친’ 판매량은 2021년에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서양식과 아시아식 등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오는데 올해는 유명 유튜버와 협업한 간편식도 내놓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편리하면서도 맛있는 간편식을 경험한 혼살족들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계속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2인 이상의 가구보다 주류에 대한 지출 비중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공개한 ‘2021년 가구의 가공식품 소비 지출 변화와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맥주·소주에 대한 지출 비중의 순위가 각각 4위·12위로 조사돼 2인 이상 가구의 7위·16위보다 높았다. 와인 지출 비중의 순위도 1인 가구가 24위로 2인 이상 가구(30위권 밖)보다 높았다.

이마트24는 이런 추세를 고려해 서울 천호동 강동역 인근에 주류전문편의점 1호를 열었다. 와인과 위스키, 수제 맥주와 전통주 등 다양한 주류를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안주류와 함께 살 수 있다. 인근에 고층 주거 단지가 많아진 데다 지하철역과 가까워 1인 가구 주류 소비가 늘어난 점이 장소 선택 배경이 됐다. 이마트24 수제맥주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251% 증가했고, 올해 1분기도 301% 상승했다.

중국에서도 ‘혼살족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어 혼밥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aT가 인용한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젊은 세대 71.5%가 “식당에서 혼밥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살치살 전문 식당. 벽을 마주할 수 있는 1인 가구 전용 좌석이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살치살 전문 식당. 벽을 마주할 수 있는 1인 가구 전용 좌석이 마련돼 있다. 김민상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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