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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학 선생님이 만든 세계 4대 비타민 생산 기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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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평범했던 중학교 화학 교사는 현재 순자산 341억 위안(약 6조 4650억 원)의 자산가가 됐다.

전 세계 4대 비타민 생산기업 중 하나이자 중국 내 최대 비타민A 및 비타민E 생산 기업인 신허청(新和成)의 대표 후바이판(胡柏藩, 60)이 그 신화의 주인공이다.

후바이판(胡柏藩) [사진 바이지아후]

후바이판(胡柏藩) [사진 바이지아후]

지난 4월 15일 발표된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신허청의 2021년 매출은 147억 9800위안(약 2조 78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47% 증가했다. 순이익은 43억 2400만 위안(약 82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34% 증가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신허청은 30여 년 전 저장성 샤오싱(紹興)의 작은 작업장에서 시작해, 현재 중국 최대의 비타민A 및 비타민E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올해 4월 29일 기준 신허청의 시가총액은 690억 위안(약 13조 948억 원)에 달한다.

신허청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후바이판은 저장성 상인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예로부터 “상업 기회가 있는 곳에 저장 상인 있다”는 말이 있다. 그는 큰 산업 속의 작은 공백을 포착해 큰 성공을 이뤘고, 성과를 이룬 뒤에도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독일의 바스프(BASF) 등 세계의 쟁쟁한 비타민 제조 기업과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기업을 성장시켰다.

인류 역사상 비타민을 사업화한 것은 스위스의 유명 제약사 로슈다. 1934년 합성 비타민C 생산에 성공한 로슈는 1970년대까지 비타민C 시장에서 50~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로슈는 1989년, 주요 비타민 제조 회사들과 가격 담합을 주도하며 독점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 무렵, 후바이판은 저장성의 전문대학인 샤오싱사범전문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신창(新昌)현의 직업 중학교에서 화학 교사로 근무했다. 당시 그가 재직하던 학교는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학교 교장은 공장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당시 화학 교사였던 후바이판은 폐주정(酒精, 알코올) 재활용 사업을 주도했고 1989년, 학교 측이 운영하던 신창유기화학 공장의 책임자가 됐다. 이 공장에서는 제약 업체에서 배출되는 폐주정을 분리해 알코올 제품을 생산했는데 불과 1년 만에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교사나 학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려고 했던 후바이판은 이때의 경험 이후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 상하이의 상위 제약 업체를 방문했다. 해당 제약업체의 주임은 그에게 "제약 공장의 일부 제품은 톤당 10만 위안, 50만 위안, 심지어 200만 위안에 판매되는데, 알코올 공장에서 연간 10만 위안을 버는 것은 너무 보잘것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고 이곳에서 얻은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곳 제약 업체 담당자와 대화하던 중, 후바이판은 항생제 원료인 노르플록사신(norfloxacin)의 중간체인 에톡시메틸(ethoxymethyl) 시장이 비어있음을 포착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국내 생산 업체가 없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가격 또한 톤(t) 당 10만 위안으로 매우 비쌌다.

그는 자신의 기반 지식에, 각종 서적을 탐독한 뒤 해당 물질을 생산해 보기로 결심했다. 후바이판은 자신의 팀을 이끌고 실험실에서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 1991년, 후바이판과 그의 팀은 에톡시메틸(ethoxymethyl) 국내 생산에 성공했다. 에톡시메틸 생산의 성공으로 독일의 독점 시장이 깨졌고, 가격도 기존보다 크게 낮아져 국내 복제약 업체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게 됐다.

신허청 [사진 반취안이미지]

신허청 [사진 반취안이미지]

이후, 후바이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비타민 분야에 뛰어들게 된다.

현재 신허청의 주요 수익원은 비타민과 향료다. 두 제품이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비타민은 2021년 111억 128만 위안(약 2조 103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타민 원료 가운데서도 VA와 VE는 신허청이 중국 내 선도 기업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 리더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비타민A 시장은 영국 DSM, 독일 BASF, 신허청, 프랑스 아디세오(Adisseo), 진다웨이(金达威), 저장제약(浙江医药)이 주도하고 있으며, 그중 상위 4개 업체가 8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DMS, BASF, 신허청, 저장제약은 비타민E 시장에서 생산 능력의 90%를 통제하고 있다.

신허청이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하나가 된 중요한 이유는 비타민 제조에 필요한 중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생산을 위한 주요 원료 제조도 마스터했기 때문이다. 비타민 A의 경우 로슈든, 바스프든 시트랄(citral)이 중간체로 사용된다. 시트랄의 경우 복잡한 합성 과정으로 인해 10개 이상의 단계를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 가능 업체가 한정적이다. 신허청은 중국 시장에서 시트랄 생산 능력을 갖춘 유일한 VA 제조업체다.

따라서 이 고도의 기술력을 동반한 비즈니스는 수요의 부재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국 산업 정보 네트워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사료 축산, 의약, 화장품 및 식품 및 음료 분야에서 비타민 제품(염화콜린* 포함)의 응용률은 각각 70%, 15%, 15%를 차지한다. 신허청은 의약품을 비롯해 사료, 식품 및 음료 등을 생산하는 CP그룹, 미국의 카킬(Cargill), 신희망농업(New Hope Liuhe), 퓨리나(Purina) 등의 기업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염화콜린 : 동물의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 B4로서 주로 닭, 돼지 등의 가축 사료에 첨가제(0.05~0.2%)로 사용

2004년 선전증권거래소의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중샤오판(中小板∙SME) 상장에 성공한 신허청은 산업 분야를 더욱 확장해나갔다. 2009년에는 향료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허청의 리날로올(linalool)의 생산 능력은 1만 톤으로 세계 2위, 시트랄 생산능력은 8000톤으로 역시 세계 2위 규모다. 2021년 기준, 향료 부문은 2021년 전체 매출의 15.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신소재 분야에도 진출했다.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생산에도 투자했다.

후바이판은 동네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한 신허청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신허청의 미래는 앞으로도 장밋빛일까? 비타민 제조업은 정밀 화학 분야다. 사업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R&D 투자는 필수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바스프가 연구 개발에 20억 유로(약 2조 6604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신허청의 연구 개발 비용은 7억 8300만 위안(약 1483억 원)으로 전체 수익의 5.26%에 불과하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비타민의 합성 방법이 기존 기술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면, 신허청의 탄탄한 사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체가 아닌 진보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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