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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파도 안 잡힌다"…'역대최악' 울진 산불 두달째 '미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16일 오전 경북 울진군과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울진삼척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인근 도로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3월 4일 산불 발생 후 두 차례 현장 감식을 실시한 바 있다. 뉴스1

지난 3월 16일 오전 경북 울진군과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울진삼척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인근 도로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3월 4일 산불 발생 후 두 차례 현장 감식을 실시한 바 있다. 뉴스1

역대 최대 피해 규모의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7일 산림당국·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진 산불의 원인이 현재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대구지검 영덕지청 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의 폐쇄회로TV(CCTV)와 그곳을 지나간 차량 10여 대의 블랙박스 등 영상을 대검 과학수사부로 보내 분석을 진행하고 있지만, 화재 원인을 밝힐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도 “다각도로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불은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주변 CCTV 영상에 따르면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에서 불이 시작돼 산으로 번졌다. 차 3~4대가 지나간 뒤 야산 자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5분도 안 돼 시뻘건 불길이 위쪽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 사진 산림청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 사진 산림청

산림당국은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을 대상으로 산불 발생 첫날부터 감식에 나서는 등 산불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CCTV를 통해 산불 발생 직전 지나간 차량 10여 대의 번호를 조회해 산림당국에 전달했고, 검찰의 지휘 아래 울진군청 등도 운전자 파악에 나섰다.

다만 CCTV 분석 결과 담배꽁초 등 실화 증거가 제대로 찍히지 않은 데다 운전자들은 수사당국에 담배꽁초 등 자신의 실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차량 소유주를 조사했는데 (담배꽁초 등 실화 가능성에 대해) 별말이 없으니 조사를 이어가는 것 아니겠냐”며 “아직 수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거기다 배수로 안에 낙엽 등이 다 타버려 담배꽁초 등 실화 흔적은 찾지 못했다는 게 산림당국의 설명이다.

산림당국이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건 당시 기상조건 때문이다. 산불 원인을 조사 중인 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사는 “산에서 자연 발화하려면 번개 등 자연 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날 기상청에 따르면 번개가 쳤다는 기록이 없다”며 “당시 날씨가 건조했으니 지나가던 차에서 담배꽁초를 버렸거나 소각 불씨가 번지는 등 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이번 산불 울진군은 1만8463ha가 불에 탔다. 뉴스1

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이번 산불 울진군은 1만8463ha가 불에 탔다. 뉴스1

산불 발생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수백여건의 산불 가운데 10% 정도가 원인 미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49건의 산불 중 33건이 ‘원인 미상’으로 파악됐다.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 만에 꺼져 역대 가장 긴 산불로 기록됐다. 축구장 2만2800개 맞먹는 산림 1만6302㏊(울진 1만4140㏊, 삼척 2162㏊)가 탄 것으로 집계돼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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