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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굴욕 모스크바함 침몰…"美, 우크라에 좌표 콕 집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맞아 선체가 기울고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맞아 선체가 기울고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함을 격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미국이 제공했다고 미 N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범위를 놓고 스스로 부과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과 미국 정보당국은 모스크바함 공격까지 긴밀하게 소통했다. 지난달 13일 모스크바함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남쪽을 항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으며, 미국 정보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미국은 모스크바함으로 특정했고, 위치 확인까지 도왔다. 당시 미국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군은 값비싼 '넵튠' 미사일을 두 발이나 쏘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함을 공격할지 여부는 알지 못했으며, 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모스크바함 피격 후 러시아는 화재사고라고 발표했으며, 미국은 침묵을 지켰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함은 피격 이튿날 침몰했다. 이는 1982년 영국-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 이래 현대 해군에서 벌어진 가장 큰 참사다.

NYT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발사 전 미국 정보당국이 제공한 정보는 모스크바함이 오데사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져 있다는 위치 정보 이상의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전한 관리는 다만 어떤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모스크바함에 대한 정보 지원은 미 행정부가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 정보를 지원하려는 비밀스러운 노력의 일부라고 매체는 전했다. 또 정보의 범위는 최근 양측의 격전지가 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미국이 분석한 러시아군의 예상 경로 등을 포함한다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 장갑자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 장갑자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려 애썼다. 크렘린궁을 자극해 전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다양한 군사정보 지원은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4일 NYT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명이 넘는 러시아군 장성이 사망한 데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첩보 위성 등을 통해 이동하는 러시아군 지휘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장성을 표적으로 삼는 데 사용됐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일정 부분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정보나 목표 결정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정보를 갖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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