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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이혼과 몰락...그래도 '온 힘을 다해' 살아간 나혜석[BOOK]

중앙일보

입력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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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그날을 기다린다
정혜영 지음
역락

한국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의 삶은 극적인 장면이 가득하다. 신혼여행 대신 남편과 함께 죽은 옛 연인의 비석을 세우고 온 것은 파격적 행보의 일부.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남편과 떠난 유럽 체류 기간 동안 새 연인과 사랑에 빠졌는가 하면 이혼 후 그를 고소하기도 했다.

문학 연구자이자 경북대 초빙교수인 저자는 떠들썩한 연애사를 포함해 그 구체적인 삶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책에 따르면 명문가 출신에 신교육을 받은 나혜석은 자기중심적인 엘리트였다. 당시 조선의 인습적인 면면과 여러 가지로 충돌했다. "비상식적이며 이해 불가능한" 행동도 적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자기 감정에 대한 정직성, 타산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성격과 연관 짓는다.

불륜과 이혼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나혜석은 화가로서 재기를 시도한다. 이런 그를 저자는 강인한 생명력과 정신력의 소유자,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봄을 만들어내며" 생을 이어간 인물로 평한다. 하지만 어린 아들의 죽음은 힘들게 버텨온 그의 정신과 몸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나혜석이 생을 마감한 곳은 무연고자 병실. 52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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