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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달말 한·미 정상회담 겨냥 ‘계산된 도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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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

김정은

북한이 4일 낮 12시3분쯤 평양 순안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미사일·방사포 등 14번째 무력시위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을 6일, 한·미 정상회담을 17일 앞두고 벌어진 도발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70㎞, 고도는 약 780㎞였다. 최고속도는 마하 11로 포착됐다. 일본 방위성은 비행거리는 약 500㎞, 최고 고도 약 800㎞로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비행거리 등으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사거리 5500㎞ 이상)에는 못 미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라며 “정상각(30~45도)으로 쐈다면 사거리가 1500㎞에 못 미치는 준중거리미사일(MRBM·사거리 1000~3000㎞)급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 종류와 관련해 “ICBM일 수도 있는데 그보다 사거리가 좀 짧은 것일 수도 있다”며 “정확한 미사일 종류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료를 덜 채우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줄여 ICBM인 화성-15형이나 화성-17형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군 관계자는 “한·미가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비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의 사전 징후를 포착해 발사 시간에 즈음해 동해에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을 보내 면밀히 감시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새 정부 출범과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의 고강도 연쇄 도발에 나서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를 근본 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며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첫 도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종섭 후보자는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맞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위협 행위”라고 비난했다.

권용수 전 교수는 “최고 고도가 저궤도 위성의 궤도(250~2000㎞)에 해당한다. 이번에도 위성발사체를 가장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탄도미사일을 쏘고도 관영 매체를 통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북한이 우주 상공에서 여러 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시험을 할 수도 있다”며 “이 기술을 ICBM에 전용하면 다탄두 미사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새 정부 출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5월 초부터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한·미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향후 핵실험을 포함해 다양한 핵·미사일을 ‘속도전’ 형태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현재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절대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보며 핵 보유 필요성을 더 절감한 김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의 고도화는 물론 신속화를 통해 체제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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