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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만큼 물가도 중요"…'MB 인플레 악몽' 우려하는 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외부일정을 마치고 지난 3일 통의동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외부일정을 마치고 지난 3일 통의동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물가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4.8% 올랐다.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치솟는 물가를 보며 국민의힘 내부에선 “6월 지방선거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만큼 물가도 중요한 이슈”란 말이 나온다. 검수완박보단 오히려 장바구니 문제가 국민 피부에 더 와 닿기 때문이다. 취임 초 물가가 6% 가까이 오른 뒤 물가 상승률에 따라 지지율이 출렁였던 ‘MB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물가상승률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비례하는 모습.

이명박 정부 당시 물가상승률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비례하는 모습.

MB의 인플레 악몽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가상승률이 2%였을 당시엔 50% 이상의 안정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4~5%까지 올랐던 시기엔 30% 후반에서 40%대 지지율 사이를 횡보했다. 최근 윤 당선인과 통화했다는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선인의 머릿속에 절반은 물가 생각뿐인 것 같다”고 했다.

물가는 멈추지 않는 ‘상승 추세’다. 작년 3월 1.9%에서 시작한 물가상승률은 올해 초 3.6%를 거쳐 현재 4% 후반대까지 올라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즉시 물가안정 대책회의를 추진해 생활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눌러놨던 물가가 들썩이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9월 2일 구리시 인창동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 추석물가 등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9월 2일 구리시 인창동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 추석물가 등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실제 윤 당선인의 지지율도 물가 상승률과 반비례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4월 2·3·4주차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에 대한 긍정평가는 50%(2주차)→42%(3주차)→43%(4주차)로 하락 추세다. (※자세한 수치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등 참조) 각료 인선과 청와대 이전 문제가 하락의 주요인이었지만, 높은 물가가 그 기저에 깔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수록 윤 당선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尹“물가 못 잡으면 버림받는다”

윤 당선인은 물가에 대해 주변에 수차례 고민을 토로해왔다. 지난 3월 말 초선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선 “물가를 못 잡는 정권은 버림을 받는다”며 5공화국 당시 물가 안정화 정책의 대명사로 꼽힌 김재익 경제수석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당선인은 과거처럼 관치 정책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 답답하단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5공화국 때와 같이 정부가 틀어쥐거나, 이명박 정부처럼 ‘쇠고기 차관보’‘배추 국장’과 같은 물가실명제를 도입하는 건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480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480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초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분과 인수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대책으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후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엔 물가 안정 대책이 포함됐지만, ‘비축기능 강화와 수급안정 대책’ 등 원론적 수준의 설명뿐이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물가에 대해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가 상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 가혹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이제 막 취임한 윤 당선인에게 국민이 물가 상승의 책임까지 추궁하진 않을 것”이라며 “검수완박이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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