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마복싱 60년대 스타일 찾아야-국제 아마복싱 연 초드리 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 아마 복싱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60년대의 정통파 스타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국제 아마 복싱연맹(AIBA)의 안와르 초드리(파키스탄) 회장이 제시한 한국 아마 복싱의 살길이다.
페루 리마에서 벌어진 제6회 세계 주니어 아마 복싱 선수권 대회를 참관하고 서울에 들른 초드리 회장은 지난 24일 저녁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90년도「복싱인의 밤」행사에 참석, 이같은 충고를 해 주목을 끌었다.
초드리 회장은 현대 아마 복싱이 판정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 모로코 세계 도전자대회부터 도입된 컴퓨터 채점 방식에 따라 철저한 포인트위주의 복싱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은 이제부터라도 거친 마구잡이 스타일을 지양하고 세계추세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드리 회장은 한국 복싱은 70년대 들어 프로 스타일의 마구 몰아치는 복싱을 구사해 성과를 거뒀으나 이제 이를 전환해야할 시점임을 지적했다. 페루 주니어 대회에서 참패한 한국복싱이 회생할 길은 경쾌한 발놀림에다 정확한 가격을 구사하는 60년대의 아웃복싱이라는 것이다.
빠른 발놀림과 전광석화 같은 원투 스트레이트로 팬들을 사로잡으며 64년 동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정신조가 대표적인 선수.
또 아시아 선수권대회 3연패(65, 67, 69년)를 이룩한 현 대표팀의 김성은 감독도 상대의 주먹을 빠른 발판으로 피하며 공격한다고 해서「캥거루 스타일」이란 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깔끔한 복싱을 구사했었다.
초드리 회장은 펀치의 강도보다 유효타의 횟수가 승부를 좌우하는 현 컴퓨터 채점 방식하에서는 바로 60년대 한국을 풍미했던 아웃복싱이 절대 유리하다며 이의 현대적 응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석인 대한 아마복싱 연맹 전무이사는 『초드리 회장의 지적이 그동안 펀치력을 바탕으로 현란한 인파이팅을 필치는 복싱에 익숙해있던 국내 아마 복싱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며 『뚜렷한 특징 없는 현재의 복싱스타일이 재검토돼야할 것』이라고 말해 새로운 복싱 스타일 정립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한국은 지난해 모스크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출전 8명 전원이 1회전 탈락이라는 참담한 수모를 맛봐 획기적 대책 마련이 요구됐었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