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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캠에 뜬 추악한 진실..."우크라집 폭파해달라" 백만장자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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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TIS 그룹의 CEO 안드레이 스타브니처. [사진 페이스북]

우크라이나 TIS 그룹의 CEO 안드레이 스타브니처. [사진 페이스북]

우크라이나 백만장자가 우크라이나군에 최근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 완공한 자신의 저택을 폭파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운영사업자인 트랜스 인베스트 서비스(TIS) 그룹 공동소유자자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이 스타브니처(40)는 18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ITV의 ‘굿모닝 브리튼’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내 집에서 키이우를 포격하는 것을 보고 역겨웠다”며 폭파 요청 사실을 밝혔다.

작은 홈캠 덕에 러군 실시간 목격  

그는 지난달 5일 웹캠을 통해 러시아군이 자신의 저택을 점령한 것을 목격했다. 러시아군은 저택 내부 카메라를 거의 파괴했지만 작은 가정용 웹 카메라 한 대가 남은 덕에 스타브니처는 러시아군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이 다른 집에서 약탈한 TV와 컴퓨터, 아이패드 등을 트럭에 싣고 우리 집으로 가져오는 것을 봤다”며 “역겨웠다. 내 집에 걸어들어오는 남자들을 보면서 더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스타브니처의 파괴된 신축 저택과 러시아군 무기. 그는 러시아군이 자신의 집에 군용차량과 무기들을 배치하고 키이우를 포격하자 우크라이나군에 저택 좌표를 주고 포격을 요청했다. [사진 페이스북]

스타브니처가 폭파를 요청한 이르핀 저택. [유튜브 캡처]

당시 그는 폴란드 루블린으로 피신한 상태였고, 일부 보안직원들이 해당 저택에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침공이 시작되자 스타브니처 자택에 쳐들어와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심문한 뒤 옷을 벗긴 채 휴대전화를 빼앗아 숲으로 내쫓았다고 한다. 스타브니처는 “러시아군은 나치의 메시지 같은 (나를 모함할 만한) 무엇이든 찾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그의 저택 부지에 다연장 로켓포(BM-21)와 토네이도 로켓 발사 시스템 등 최소 12대의 군용 차량과 고성능 무기를 배치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집에서 이 장비로 키이우를 포격하기 시작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우리 집 좌표를 주고 공격을 요청했다”고 했다.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군대를 도울) 기회 중 하나였다”면서다. 그는 “저 짐승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작고 제한적이지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돕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타브니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괴된 자신의 저택과 러시아 전차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키이우 일대에서 퇴각한 상태다.

우크라 부자 100인…모금·구호 운동

지난해 포브스 우크라이나 표지에 등장한 안드레이 스타브니처. [사진 페이스북]

지난해 포브스 우크라이나 표지에 등장한 안드레이 스타브니처. [사진 페이스북]

스타브니처는 우크라이나 최초 민간항구 TIS를 설립한 올렉시 스타브니처(1942~2011)의 아들로, 아버지 못지않은 사업 수완으로 우크라이나에선 일찌감치 주목받은 기업인이다. 오데사에서 태어나 영국과 스위스 등에서 공부했고 2001년 TIS에 입사해 2007년 CEO가 됐다.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운수 및 미디어 기업까지 잇따라 추가 창업하고 투자회사 SD캐피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자산 2억1500만 달러(약 2672억원)로 포브스 선정 우크라이나 부자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0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오데사 지역 자원봉사단체를 이끌던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구호센터를 운영하며 모금·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란틱카운슬 초청으로 기금 모금 연설을 위해 5일간 미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선 “리비우에 돌아왔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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