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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미웠던 존 레넌 아들, 우크라 위해 처음 '이매진'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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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글로벌 오션 갈라에 참석한 줄리언 레넌.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9월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글로벌 오션 갈라에 참석한 줄리언 레넌. 로이터=연합뉴스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걸 상상해요.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 혼자만은 아니에요. 먼 훗날 당신도 나처럼 되고 세상은 하나가 되길 소망해요.”

비틀스의 존 레넌은 세상에선 사후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레전드’이지만, 아들에게는 평생 원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아들이 아버지의 대표곡 ‘이매진’(Imagine)을 처음 불렀다. 곡이 발매된 지 51년 만이다. 줄리언 레넌(59)이 지난 8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이매진’을 직접 부른 영상을 공개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시티즌’이 주최한 ‘스탠드업포우크라이나’(#StandUpForUkraine) 모금 프로젝트다.

“우크라 전쟁, 상상할 수 없는 비극”

줄리언 레넌이 1월 25일 대체불가능토큰(NFT) '레넌 커넥션'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줄리언 레넌이 1월 25일 대체불가능토큰(NFT) '레넌 커넥션'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레넌은 이날 영상 소개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라며 “인간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존 레넌이 작사, 작곡한 ‘이매진’은 평화와 반전을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캄보디아 대학살을 다룬 영화 ‘킬링필드’에도 삽입됐고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이 모인 폴란드 국경에서도 피아노 연주로 화제가 됐다.

줄리언 레넌은 존 레넌과 첫 번째 부인 신시아 레넌 사이에서 태어났다. 존 레넌은 1968년 아들이 5살 때 일본 출신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와 사랑에 빠져 이혼했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이듬해 발표한 곡 ‘헤이 주드’는 아버지에게서 상처 받은 줄리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20여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는 줄리언은 훗날 인터뷰에서 “어릴 때 매카트니와 함께 했던 시간과 같이 찍었던 사진이 아버지와 함께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연을 끊고 지냈던 줄리언은 10살이 돼서야 존 레넌 측 요청으로 아버지와 재회했다. 이후 아버지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피아노와 드럼 등 악기를 선물 받았고, 11살 때 존의 앨범 ‘월스 앤 브릿지’에 드러머로 참여하기도 했다. 1984년 발매한 첫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부문에 오르는 등 성공을 거뒀고, 이후 음악과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버림받은 상처 일깨운 ‘이매진’

그는 자선 활동에도 활발하다. 호주 투어 중 원주민에게서 흰 깃털 두 개와 함께 자신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2007년 ‘더화이트페더’ 재단(TWFF)을 설립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웨일 드리머스’는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재단은 원주민 문화와 환경 보호 등을 기치로, 어머니 신시아의 이름을 딴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재난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20년 유네스코 평화센터 다문화-평화 크래프터 수상자로 선정됐다.

'페이퍼백 라이터, 2010' 작품 속 줄리언 레넌. 로이터=연합뉴스

'페이퍼백 라이터, 2010' 작품 속 줄리언 레넌.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노래 ‘이매진’은 그러나 그에겐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았던 기억을 일깨우는 상처였다. 그는 1998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내 입장에서 그는 위선자”라고 했다. “세상을 향해선 사랑과 평화를 외칠 수 있지만 정작 그에게 가장 중요한 아내와 아들에게는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다. 2009년이 되어서야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계속 원망하고 미워하면 평생 불행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이제야 진심으로 용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상을 공개하면서도 “내가 ‘이매진’을 부를지 생각해볼 유일한 시점은 아마도 ‘세상의 끝’이 왔을 때”라고 고백할 정도로 곡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워싱턴포스트는 “단합과 평화를 호소하는 존 레넌의 ‘이매진’은 전쟁과 갈등의 시기에 단골처럼 소환된다”며 “그러나 마침내 레넌의 아들 줄리언이 처음으로 이 곡을 부르도록 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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