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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열애설도…푸틴 애지중지한 베일 속 '두 딸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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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십 년 간 자녀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왔다. 크렘린궁은 딸의 사진을 공식 배포한 적도 없다. 심지어 푸틴의 자녀가 정확히 몇 명인지도 알려진 바 없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의 ‘공식’ 자녀는 마리아 보론초바(37)와 카테리나 티코노바(36)뿐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들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두 딸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지중지했다는 두 딸 베일 속에 

“내 딸들은 ‘스타’였던 적이 없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좋아한 적도 없다. 그 아이들은 단지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이 두 딸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지난 2015년 연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게 사실상 전부다. 그는 “아이들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공부한 적이 없고 학업과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들은 3개 유럽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나는 가족의 일을 다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둘째 딸 카테리나 티코노바. [페이스북 캡처]

푸틴 대통령의 둘째 딸 카테리나 티코노바. [페이스북 캡처]

이들은 푸틴과 전 부인 류드밀라 오체레트나야(64) 사이에서 낳은 딸들이다.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승무원이던 류드밀라는 1983년 푸틴과 결혼했다가 지난 2013년 이혼을 발표한 뒤 21살 연하 러시아 사업가와 재혼했다. 성도 푸티나에서 오체레트나야로 바꿨다. 러시아는 결혼 뒤엔 여성이 남편의 성에 '아'를 붙여 자신의 성(姓)으로 삼는 게 관례다.

류드밀라는 과거 “푸틴은 딸들을 너무 애지중지해서 훈육은 내 몫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푸틴이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고 사업이나 정치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던 두 딸은 현재 국책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AI 전문가 둘째…한국인과 열애설도

인공지능 전문가인 둘째 카테리나는 푸틴이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던 1986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그의 성 티코노바는 외할머니 성을 따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을 거쳐 모스크바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 석사 학위를 땄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문화와 로큰롤 곡예댄스에 심취해 2013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푸틴의 둘째 딸 카테리나 티코노바. 로이터=연합뉴스

푸틴의 둘째 딸 카테리나 티코노바. 로이터=연합뉴스

카테리나는 한때 한국인과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2013년 푸틴의 오랜 친구이자 ‘러시아 엘리트의 개인 은행’이라는 로시야 은행의 2대 주주인 니콜라이 샤말로프의 아들 키릴 샤말로프와 결혼했다가 2018년 이혼했다. 샤말로프는 카테리나와 결혼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포브스 잡지에서 러시아의 최연소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결혼 몇 개월 만에 단돈 100달러(약 12만원)로 러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 시부르의 지분 3억8000만 달러(약 4634억원)어치를 인수하면서다. 2015년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기업 지분과 프랑스 비아리츠 리조트의 고급 빌라 등 2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의사 첫째는 의료 벤처 사업 주도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몸담아온 카테리나는 지난 2020년 모스크바대학의 17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이노프라티카 소장으로 임명됐다. 푸틴은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전략에 가장 필수적”이라며 직접 챙기는 기관이다. 실제 푸틴의 최측근 5명이 대학 고문으로 카테리나를 돕고 있다. 여기엔 카테리나가 드레스덴에서 자랄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전직 KBG 요원 두 명도 포함됐다.

푸틴의 장녀 마리아 보론초바. 스푸트니크/AP=연합뉴스

푸틴의 장녀 마리아 보론초바. 스푸트니크/AP=연합뉴스

의사인 첫째 마리아는 호르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소아과 내분비학자다. 1985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가족과 드레스덴으로 이사한 후 독일학교에 다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후 모스크바대학 의대를 졸업했다. 첨단 의료기기 전문기업 노멘코의 지분 2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19년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6억5000만 달러 규모 의료 벤처 계획을 밝혔다.

그는 2013년 러시아 태생의 네덜란드 사업가 요리트 파선(42)과 결혼해 암스테르담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살았지만, 이듬해 탑승객 298명이 전원 숨진 러시아군 여객기 격추 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이 추방 운동에 나섰다. 2015년엔 이들 부부가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가 모스크바에 소유한 토지에는 “이 평화로운 자유의 땅에서 20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당신의 아버지가 자유 국가 전체와 그 국민을 몰살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놓여있다고 한다.

비공식 자녀 넷…또 다른 딸 의혹도 

푸틴에게는 ‘비공식’ 자녀들도 있다. 푸틴은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38)와의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 4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예바는 은퇴 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달엔 푸틴이 카바예바와 네 자녀를 스위스의 별장으로 피신시켰다는 보도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 이타르타스=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이들 말고도 또 다른 딸이 있다는 의혹도 있다.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판도라 페이퍼에 따르면, 청소부였던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크(46)가 푸틴과 수년간 관계 끝에 딸 루지아를 낳은 것으로 기록됐다. 그는 출산 후 몇 주 만에 해외 법인을 통해 모나코 아파트 소유주가 됐다고 문서는 밝혔다.

푸틴은 사생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는 내 사생활에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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