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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검장 “제2 김태현 밝힐 수 있나…‘검수완박’ 폭주 기관차 멈춰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북부지검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북부지검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검찰이 연이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22일 서울 지역 검찰청 중에서는 처음으로 서울북부지검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은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검수완박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제2, 제3의 ‘김태현 사건’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기능이 완전히 배제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제2, 제3의 김태현 사건, 해결 어려워질 것”

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2021년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2021년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배 지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벼랑 끝에 도달한 ‘폭주 기관차’를 더 늦지 않게 멈춰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것처럼,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기록 너머에 숨겨져 있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태현 살인 사건(세 모녀 살인 사건)’을 예시로 꺼내들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4월 이 사건을 수사했는데, 검찰 수사로 피의자의 계획 범행임을 규명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 지검장은 “검찰 송치 후 김태현은 우발범행임을 주장했다”며 “검사가 디지털 포렌식 등 수십 시간에 걸친 보완수사를 통해 계획적 범행임을 밝혔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형사사법체계 바꾸는데…졸속으로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중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중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서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안 되는 근거로 ▶검찰 수사기능 배제로 인한 국민 피해 문제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헌법 위반 소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 ▶형벌 집행 공백 우려 ▶입법 시기 및 절차상 문제 등이 나왔다. 배 지검장은 “특히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 외에도 정보, 외사 등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에 대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사법통제는 제도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졸속 처리 말고…있는 법을 보완할 때”

배 지검장은 검수완박이 아닌 개정 형사소송법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1년이 흐른 현재 필요한 것은 검수완박이라는 또 다른 대(大)변화가 아니라 현행법의 보완이라는 말이다.

그는 “(검수완박은) 70년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라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고 없이 졸속으로 강행처리하려 한다. 입법절차에서 편법 사보임과 위장탈당 등 전대미문의 부끄러운 상황이 국민 앞에 생중계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검찰 수사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배 지검장은 “겸허히 성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기능을 통째로 도려내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신 앞으로 여러 통제 장치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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