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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수면제 50알' 미스터리…교정당국 "극단선택 시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53·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이 전날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방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21일 밝혔다. 하지만 교정당국은 “수면제를 복용한 건 맞지만 50알을 먹고 극단선택을 시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해 미스터리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10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10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동규 측 “수면제 50알 먹고 극단선택 시도”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오늘 오전 유 전 본부장을 접견하고 극단적인 선택 시도에 관해 직접 들었다”며 “어제(20일) 새벽 소지하고 있던 수면제 50알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응급실로 후송돼 별다른 치료 없이 깨어나 오후에 복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게 시키지도 않은 휴대전화 손괴 교사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배우자와 딸을 볼 수 없고, 가족들에게 오랜 기간 피해를 주느니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며 “배우자와 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구치소 방 안에 남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직접 유서를 확인하진 않았다고 한다.

변호인은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수면제를 매일 조금씩 모았고 이를 한꺼번에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치소 측은 수면제 복용 사실을 모르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후 뇌에 이상이 없고, 곧 깨어나 섬망 증상 정도로만 알았다고 한다”며 “정말 몰랐던 건지, 얘기를 안 한 건지 이상해서 교정본부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지난 19일 유 전 본부장이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실상 배우자인 박모씨에게 맡긴 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의 압수수색(지난해 9월 29일) 직전 훼손해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4일 같은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박씨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추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스스로 신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재판부가 증거인멸의 우려를 인정하면서 당초 지난 20일까지였던 구속기간이 2개월 늘어났다.

교정당국 “진료내역, 정황상 극단선택 시도 없었다”

그런데 교정당국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의 외부병원 진료내역 및 기타 정황 등을 고려하면, 상기 수용자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교정당국 관계자는 “수면제를 50알씩이나 먹었으면 그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의료 기록상 찾아볼 수 없고, 거실을 조사한 결과 유 전 본부장 측이 언급한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도,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것도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아침 기상 때 유 전 본부장이 일어나지 않은 걸 교도관이 발견해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지만 문제가 없어 단순 의식이 없다고 판단해 응급후송한 건 맞다”며 “외부 진료 과정에서 의식을 되찾았고 의사의 특이소견도 없어 오후에 귀소했다. 유 전 본부장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실제 수면제 처방을 받아왔고 전날 병원에 후송되기 전 수면제를 복용한 건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서울구치소 측은 당초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교정당국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의 수용거실에서 남은 수면제가 발견됐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정시설에선 수용자의 약물 오남용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 약을 지급할 때 1회 복용량만 주고, 그 자리에서 복용하는 것을 교도관이 직접 확인하는 게 원칙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교도관들이 유 전 본부장에게 약을 지급할 때 근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병원에서 뇌쪽으로 이상이 없다고 하니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치소에서 파악하지 못해 부인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유 전 본부장 측 주장이 사실이거나, 최소한 유 전 본부장이 직접 복용하는 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서울구치소의 수용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대주주 김만배)에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21일과 1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용인시 보정동 자택 압수수색 당시에도 약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10월 20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법리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와 함께, 기존 재판과 새로 구속되는 증거인멸교사 재판을 분리해 신속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변론분리요청서를 이날 재판부에 제출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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