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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은 나랏빚 줄이는데…거꾸로 가는 한국

중앙일보

입력

나랏빚을 줄여나가기 시작한 주요 선진국의 흐름에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렸던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올해부터 빚 갚기에 들어간다. 한국은 그 반대로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더해지면 그 속도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

한국은 부채비율 계속 증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9.8%에서 2027년엔 59.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IMF는 2024년 55.1%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는 등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6년간 10%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부채 비율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선진국의 흐름은 한국과 정반대다.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회원국의 지난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평균 137.3%다. IMF는 올해 부채비율이 131.6%로 줄어들고 2027년엔 129.1%까지 부채비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G7은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7개국 모임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상점에 붙은 재난지원금 결제가능 문구. 뉴스1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상점에 붙은 재난지원금 결제가능 문구. 뉴스1

G7 국가 중 지난해보다 2027년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건 프랑스뿐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GDP 대비 정부부채가 112.3%였는데 2027년 114%까지 소폭 증가한다. 증가 폭은 1.7%포인트에 그쳤다. 독일의 경우 이 기간 70.2%에서 58.7%까지 감소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58.9%) 수준으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삼는다는 의미다.

코로나 재정정책 끝났다  

미국(132.6%→127.4%), 영국(95.3%→70.7%) 등도 마찬가지로 정부 부채를 줄여갈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해 정부부채가 폭증해온 일본도 이 기간 GDP 대비 정부 부채가 1.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각국이 만든 전망치를 IMF에서 취합한 뒤 동일한 기준에 따라 작성한 수치다.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G20으로 넓혀 봐도 정부부채 감축에 나선 흐름은 동일하다. 지난해 131.1%였던 GDP 대비 부채는 2023년엔 124.1%로 낮아진다. 2027년을 기준으로 하면 123.9%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24.4%포인트의 부채비율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늘었다.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나타나자 재정을 줄이는 게 선진국의 대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등 여파까지 끝나면서 이제는 늘어난 부채를 갚아나갈 때라는 판단에서다.

30조원대 추경까지 더해져

홍경희 부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 특위 손실보상안’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홍경희 부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 특위 손실보상안’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실제론 한국의 정부부채 증가 속도가 IMF 전망보다 더 빠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차기 정부는 30조원대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세제지원에 1인당 600만원 수준의 현금지원까지 추경에 포함된다. 당초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예산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일정 부분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면 부채는 더 늘어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해 중장기적으로 나랏빚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위기가 지났을 때 빠르게 재정을 정상화해야 다음 위기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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