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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이름 다 바꾸니 포수 나종덕→투수 나균안 야구 인생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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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20년 투수로 전향한 롯데 나균안은 기량이 부쩍 늘면서 올 시즌 7이닝 동안 삼진을 15개나 잡았다. [연합뉴스]

2020년 투수로 전향한 롯데 나균안은 기량이 부쩍 늘면서 올 시즌 7이닝 동안 삼진을 15개나 잡았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상위권 도약을 꿈꾼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0으로 완승했다.

한화전에 유독 약했던 선발 투수 박세웅이 7과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 패전 없이 시즌 3승 째를 수확했다. 은퇴를 앞둔 간판 타자 이대호는 3-0으로 앞선 5회 좌월 2점 홈런(시즌 2호)을 터뜨려 건재를 과시했다. 3회 희생플라이를 포함해 3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이다.

롯데는 공동 5위였던 KIA 타이거즈를 밀어내고 단독 5위 자리를 지켰다. 4위 두산 베어스를 1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도약을 다짐하는 롯데의 변화가 눈에 띈다. 포수 나종덕에서 이름까지 바꾸고 투수로 변신한 나균안(24)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9일 부산 두산전에선 롯데팬들이 기립박수까지 보내는 사건(?)이 일어났다. 1-6으로 뒤진 6회 초 나균안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롯데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팀은 크게 뒤지고 있었지만, 나균안의 멋진 투구에 롯데 팬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선발 투수 이승헌이 1회에만 4실점하는 바람에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은 6회 2사까지 5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했다. 최고 시속 145㎞의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포크볼을 섞어 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나균안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박수를 보내주셨다. 소름이 끼쳤다. 그런 환호를 오랜만에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경기 끝나고도 여운이 오래 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 팬들이라 그런 환호가 가능했다. 우리 선수들도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힘이 난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포지션을 바꾸기 전 포수일 때의 모습. [중앙포토]

포지션을 바꾸기 전 포수일 때의 모습. [중앙포토]

몇 년 전까지 나균안은 환호보다 비난을 더 많이 받는 선수였다. 2017년 마산용마고를 졸업한 그는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2017년 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프로 2년 차부터 1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2년간 팀 내 포수 중 가장 많은 128경기에 출전하고도 타격과 수비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나균안은 “첫해엔 ‘괜찮아지겠지’란 마음이었지만, 나중엔 야구장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020년 성민규 롯데 단장이 왼손목 골절 부상을 당한 나균안을 불렀다. “투수로 전향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균안은 고심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포지션 변경이 쉽지는 않았다. 1년 동안 2군에서 투수와 포수를 번갈아 맡았다. 이름도 ‘종덕’에서 ‘균안’으로 바꿨다. ‘개간할 균(畇)’에 ‘기러기 안(雁)’ 자. 노력한 만큼 더 높이 오르라는 의미다. 그리고 지난해 포수 미트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1군에서 투수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5월 1군 데뷔전을 치렀고, 6월엔 선발로 나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20년 결혼한 그는 11월엔 딸(리율)까지 얻었다. 연봉도 4300만원에서 5800만원으로 올랐다.

아빠가 된 나균안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아직 3경기만 치렀지만, 7이닝 동안 삼진을 15개나 잡았다. 아웃카운트 3분의 2 이상이 삼진이다. 임경완 롯데 불펜코치는 “직구 스피드가 지난해보다 2~3㎞ 정도 빨라졌다. 포크볼의 위력도 좋아졌다”며 “손재주가 좋아 2년 만에 다양한 변화구를 익혔다. 포수 경험 덕분에 타자들의 심리를 잘 읽는다”고 했다.

롯데 팬들은 제구력이 좋은 그를 ‘나덕스(나종덕+그렉 매덕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종덕이 좋아하는 호칭은 투수 균안과 포수 종덕을 합친 ‘나균덕’이다. 나균안은 “나덕스보다는 나균덕이 친근감 있고 듣기 좋다. 선배들도 포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 나종덕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가라는 농담도 한다”며 웃었다.

프로야구 전적(20일)

프로야구 전적(20일)

KT는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선발 소형준이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박병호와 장성우가 7회 나란히 솔로 홈런을 쳐 지원사격했다. 선두 SSG 랜더스는 선발 윌머 폰트(7이닝 1실점)의 역투를 앞세워 키움 히어로즈를 6-1로 꺾었다. SSG는 올 시즌 연패가 단 한 번도 없다.  NC 다이노스는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7이닝 무실점)의 호투와 양의지의 시즌 1호 홈런을 묶어 삼성을 3-0으로 꺾었다. 삼성은 5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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