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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내 역할 여기까지”…전쟁중 지휘관 잃은 검찰 대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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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진두지휘하던 도중 17일 돌연 사표를 던지자 검찰이 혼돈에 빠졌다. 전쟁 도중 지휘관을 잃은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18일로 예정된 김 총장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가 개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김 총장은 17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수완박 관련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라며 사의를 밝혔다. 김 총장은 법사위 출석 등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좀 더 역할을 해달라”는 일부 고검장·검사장에게 “내 역할은 지금 여기까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4월 15일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4월 15일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당초 김 총장은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검찰에 문제가 있으면 나부터 탄핵하라”라며 끝까지 앞장서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청와대가 앞서 김 총장이 문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했던 면담 신청을 “지금은 국회가 입법을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며 거부했고, 주말 새 고심한 김 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文, 수사권조정 땐 문무일 만났는데…지금은 왜”

검찰 내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여당의 입법안을 놓고 검찰총장이 마지막 카드로 요청한 면담 신청을 거부하고 만나주지조차 않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에는 2018년 6월 15일 조국 당시 민정수석만 배석시키고 문 총장을 불러 30분가량 동안 면담했다.

당시 면담에서 문무일 총장이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조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문 대통령은 수용하지는 않았다.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 최종안이 그대로 발표됐고 2021년 1월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함께 시행됐다.

한 일선 검사장은 “수사권 조정 때는 형식적으로라도 면담 절차를 거치면서 자기들 뜻을 밀어붙였지만, 이번 검수완박 정국에선 아예 면담조차도 시간낭비니 생략하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불통’으로 나오니, 김 총장으로선 항의 사표 제출밖에는 할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문무일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18일 국회 김오수 현안질의 무산되나…긴급 고검장 회의 열린다

김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당장 오는 18일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의 건」)도 개최될지 미지수다. 법사위가 김 총장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김 총장은 “사직서를 제출해 출석이 어렵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법사위 현안질의에 김 총장 대신 다른 검찰 고위 간부가 참석할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검수완박 저지에 나설지 등이 미지수다. 대검 관계자는 “언제쯤 방침이 정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검찰은 18일 오전 9시 30분 대검에서 ‘긴급 고검장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고검장들 사이에선 “일단 김 총장의 역할을 박성진 대검 차장이 대행하거나 고검장 협의체의 집단 지도 체제로 가야 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한편 검수완박 저지를 위한 전국 평검사 대표 회의 시점이 오는 19일 오전 10시에서 같은 날 오후 7시(서울중앙지검 2층 회의실)로 변경됐다. 최대한 많은 평검사가 퇴근 이후 회의에 참석하도록 할 목적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쯤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상임위인 법사위 통과, 28일쯤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다면 김 총장에 이어 전국 고검장·검사장들이 동반 사표를 제출하는 초유의 사태로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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