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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거침없는 그들 슬리퍼 신고 사장실로 … 찢어진 청바지 출근도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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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코오롱그룹의 종합 패션회사 FnC코오롱의 직원들이 말하는 회사 풍경이다.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선 상록수 로고 브랜드로 33년간 의류사업을 해온 이 회사의 분위기는 늘 자유롭다. 출근 복장 제한도 없다. 등산복이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도 OK. 하지만 다른 회사 옷을 입는 사원은 거의 없다. 전략마케팅실 정성민 대리는 "지하철에 타도 다른 사람 목 뒤의 태그만 눈에 들어올 만큼 회사 상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회사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귀띔했다.

일의 '최고 결정권자'는 담당자다. 영업 분야의 경우 신입사원이라도 6개월이 지나면 1인당 15개 안팎의 매장 운영을 책임진다. 코오롱스포츠 매장 15개를 관리하고 있는 원주희(26)씨는 "대리점주와 영업담당 부장을 직접 설득해 폐점 위기에 몰린 대리점을 살려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입사 4년차인 인사팀 김지택(28)씨는 지난해 8~9월 전 사원을 상대로 한 워크숍을 도맡아 진행했다. 김씨는 "주말을 반납하고 일했지만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매장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장의 당일 매출을 온라인상에 '상중하'로 등급을 매겨 표시하는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제점을 그날그날 개선하기 위해서다. 매출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매장마다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FnC코오롱은 중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중국 전문가 양성'에도 애를 쓰고 있다. 사원들은 업무 시간 전후를 선택해 수준별로 중국어와 영어 교육을 받는다. 중국어 성적이 우수한 사람은 중국 문화와 사업관행을 익힐 수 있도록 현지 연수 기회를 얻는다. 대리로 승진하기 위해선 코오롱패션연구원에서 3개월간 의류 사업 전반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퇴근 후 매일 1시간30분씩 이뤄지는 이 교육 과정은 ▶마케팅과 정보분석 ▶소재와 색채 선택 ▶구매와 광고 등으로 짜였다. 패션사업 전반에 대해 익히도록 한 것이다. 패션회사라고 해서 하는 일이 우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야근도 잦다. 영업이든 기획이든 한 달에 한 번쯤은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 옷을 컨테이너에서 내리거나 태그를 붙이기도 한다. 신제품 출시 날짜가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일이 많은 것이다. 남성복 영업을 하는 김재현 대리는 "창고에서 함께 땀 흘리면서 쌓은 동지애는 오래간다"고 말했다.

◆FnC 코오롱과 코오롱패션=남성복 '맨스타', 여성복 '쿠아(QUA)', 골프웨어 '엘로드', 아웃도어 의류 '코오롱스포츠' 등 23개 브랜드로 연간 5000억원어치의 옷을 판다. 스포츠 의류로 시작한 회사이니만큼 아웃도어 상품과 골프의류의 판매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2000년 코오롱상사의 의류 부문이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으로 분사했지만 2004년 두 회사의 관리 부문이 합쳐져 하나로 움직인다.

▶FnC코오롱

-창립일:1954년 나일론 수입업체 개명상사로 출발

-매출액:4778억원(2005년 기준)

-영업이익:369억원(2005년 기준)

-직원 수:832명

-대졸 초임:3000만원 (상여금 포함)

-1년차 이직률:9%(디자이너 제외)

-남녀 비율:남자 6, 여자 4

-평균연령:33세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5.4%

글=임장혁 기자<jhi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신입사원

지난 1월 FnC코오롱.코오롱패션의 중국 전략 파트의 일원이 된 김은엽(25.사진)씨는 젊은 중국통이다. 대원외국어고 중국어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국제지역 대학원에서 중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결정 요인 분석'이라는 그의 서울대 석사논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선정하는 '우수 논문'으로 뽑히기도 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권유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씨의 중국어 실력은 고급 수준. 중국 정부가 중국어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실시하는 HSK(중국한어수평고시)에서 9급을 땄다. 11등급이 최고등급이다.

석사논문 준비를 할 때 코오롱과 만났다. 회사가 운영하는 패션스쿨인 FIK와 여성복 브랜드 '쿠아(QUA)'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FnC코오롱.코오롱패션은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사람을 뽑는다. 회사의 판단에 따라 영어 면접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1차 면접에서는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하도록 하고 2차 면접 땐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보라고 한다. 김씨는 '골프웨어 브랜드 잭니클로스의 중국 진출 전략'을 프레젠테이션 소재로 정했다. 김씨는 "평소 신문을 보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친구들과 산업.기업의 현안들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눈 것이 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 Q & A

Q:채용 절차의 특징은.

A: 캠퍼스리쿠르팅과 인턴제도를 통해 지원자를 거른다. 대략 200명 정도만이 입사 지원을 할 수 있고 지원서는 회사를 찾아가 제출해야 한다. 인턴사원은 매년 6월 10~20명 정도를 뽑는다. 여름방학 두 달간 회사 실무를 배우고 입사 지원 자격을 얻는다. 또 매년 10월 중순에 서울과 지방 10여 개 학교를 찾아가 지원자를 면담하고 여기서 통과된 사람에게만 지원서류를 준다. 학점과 어학성적이 당락을 가르지는 않는다. 매년 공채는 30명 안팎이며 디자이너 등 경력직은 수시채용으로 70여 명 선발한다.

Q:디자이너는 어떻게 뽑나.

A: 신입은 인턴제도를 통해 뽑는다. 다만 경력직은 해당 부서에서 직접 스카우트하거나 패션전문 채용 사이트인 '패션스카우트(www.fashionscout.co.kr)'에 채용 공고를 낸다. 패션 전공자 중 3년 이상의 경력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다. 현재 130명 정도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Q:해외 근무 기회는.

A: 상하이 법인을 축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중국 파견 근무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9월에 코오롱스포츠도 베이징에 1호점을 냈다. 곧 미국 LA에 골프웨어 '엘로드' 매장도 열 계획이다.

Q:여성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분야는.

A:디자인 부문에는 여성의 비중이 크고 마케팅과 상품기획 일을 하는 여성도 적잖다. 영업직의 경우 지방 출장이 잦고 술자리에 대한 부담도 있어 여성 지원자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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